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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韓中日 아시아 3국·미국·EU '반도체 대전'...EU 칩스법 확정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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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韓中日 아시아 3국·미국·EU '반도체 대전'...EU 칩스법 확정 변수되나

EU, 62조원 규모 반도체 지원 결정 글로벌 생산 점유율 확대 나서

반도체 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칩. 사진=로이터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및 유럽연합(EU)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장악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각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칩스 법)을 앞다퉈 제정해 반도체 기업 지원을 위한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 미국, 유럽 간 반도체 대전은 글로벌 경제 주도권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EU 18일(현지시간) 총 430억 유로(약 62조 원) 규모 보조금 및 투자를 통해 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반도체 법'(Chips Act) 시행에 합의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법 3자 협의가 최종 타결됐다고 밝혔다. 3자 협의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와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이사회, 유럽의회가 신규 입법안을 추진할 때 세부 내용을 확정한다. EU 칩스 법은 형식적 절차에 해당하는 유럽의회, 이사회 각각의 표결을 거쳐 시행된다.
EU 칩스 법은 오는 2030년까지 EU전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기존 9%에서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U 집행위는 애초 첨단 반도체 공장만 지원하려고 했다가 세부 내용 협의 과정에서 구형 공정 생산 부문과 연구개발(R&D), 설계 부문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으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 (칩스 법)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은 반도체 보조금 지원 조건으로 기업 기밀 정보 제출, 초과 이익 환수 등의 독소 조항을 제시했으나 전 세계 200 이상의 기업이 미국에 대한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 산하 반도체 법 프로그램사무국은 지난 14일 현재 200 이상의 기업보조금 신청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직접 지원하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모두 28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칩스 법을 시행한다. 미국 칩스 법에 따르면 390억 달러가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 확장, 현대화하는 기업에 제공된다. 나머지 110억 달러는 반도체 연구, 개발 지원비로 사용된다. 방위 산업 관련 반도체 업체에는 20억 달러가 지원된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에서 25%를 빼주기로 했고, 그 수혜 규모가 향후 몇 년에 걸쳐 2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으로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업계에 790억 달러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8월 미 의회가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킨 후 미국 내 반도체·클린테크 분야에 2040억달러 (269조원)의 투자가 유치됐다. 이는 2021년 연간 투자액의 2배 수준이고, 2019년과 비교하면 20배 늘어난 것이다. 투자 규모 10억 달러(1조 3000억원)를 넘는 프로젝트는 2019년엔 4건에 불과했지만, 작년 8월 이후 현재까지 31건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면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국가전략 기술로는 반도체·이차전지·백신 및 디스플레이와 함께 수소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이동 수단 명시됐다.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된다.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올해에만 10%의 추가 공제(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이에 따라 대기업 등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에 달하는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이다. 일본 정부는 대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라피더스에는 도요타, 소니, 키옥시아,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8개 사가 각각 10억 엔(약 93억원)을 출자했고, 일본 정부가 700억 엔을 지원한다. 라피더스는 TSMC(점유율 58.5%)의 독주 체제 속에서 삼성전자(15.8%)가 추격전에 나선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중국자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에 19억 달러(약 2조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국 기업 정보 사이트 톈옌차에 따르면 '대기금'(공식 명칭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이 지난 1월 말 YMTC에 자금을 투입했다. 대기금은 2014년 출범한 60조 원대 규모의 중국 국가 펀드로 '중국판 TSMC'인 SMIC와 '중국판 퀄컴'인 시스템온칩(SoC) 설계사 UNISOC, 칭화 유니 등에도 투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