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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칠레 리튬산업 국유화 추진…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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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칠레 리튬산업 국유화 추진…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어떤 영향?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아타카마 염원에 있는 리튬 광산의 소금물 웅덩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아타카마 염원에 있는 리튬 광산의 소금물 웅덩이. 사진=로이터
칠레 가브리엘 보릭(Gabriel Boric) 대통령은 자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토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을 국유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남미 국가들 가운데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멕시코 등 리튬 자원 보유국들은 자원을 국유화하려는 움직임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하였다.
칠레는 리튬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고 있다. 2021년 세계 리튬 26%를 생산했고, 아타카마는 930만 톤의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 중이다.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리튬 생산량이 2022년 39kt으로 2021년 대비 38% 증가한 세계 2위이다. 2021년까지 5년 동안 생산량은 연평균 성장률 19% 증가했으며, 2022년과 2026년 사이에 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칠레의 리튬 수출은 구리보다 50배 적어 1억 달러 미만에 달했으며 국가 총 GDP의 0.3%에 불과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을 보유한 것에 비해 너무 수익이 적다. 배터리 산업에서 리튬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자국에서 고부가 산업을 육성하려는 것은 당연한 조치로 여겨진다.

◇칠레의 자원 국유화 정책

칠레는 방대한 리튬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SQM과 앨버말(Albemarle)에서 별도의 국영 기업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예를 들면, 세계 2위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의 SQM은 산티아고에 본사를 둔 회사로 전기 자동차 부문 수요 급증으로 인한 리튬 가격 상승에 힘입어 2022년에 순이익은 39억 달러로 2021년의 5억8550만 달러에 비해 거의 3배 증가했다. 2022년 총매출은 107억 달러였다.

이 회사의 지분은 칠레의 팜파 그룹(23.5%), 소퀴미치(23.5%)라는 두 기업이 47%, 미국의 글로벌 리튬(15.2%), 나머지 기업들이 37.8%를 보유 중이다. 이 기업에서 나오는 수익들이 칠레 국민에게 골고루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칠레 근로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칠레 정부의 판단이다.
앨버말은 미국 기업으로 칠레의 아타카마에서 리튬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10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수익의 대부분이 미국으로 빠져 나간다.

리튬 가격은 지난 몇 년 동안 급증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1200%까지 치솟았다.

리튬 자원은 배터리의 필수 자원으로 그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남미의 리튬 부국들은 단순히 외국 자본들이 투자해 리튬을 채굴해 수출하고 세금이나 받는 단순 산업 체인에서 자국 기업을 참여토록 해서 이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을 고민해왔다.

이미 멕시코는 지난해 리튬 매장량을 국유화했고, 인도네시아는 2020년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광석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보릭 칠레 대통령은 전국 방송 연설에서 “지속 가능하고 발전된 경제로 전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므로 그것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향후 리튬 계약은 국가 통제가 있는 공공-민간 파트너십만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정부가 현재 계약을 해지하지는 않겠지만 기업들이 만료되기 전에 국가가 통제하는 계약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1ㆍ2위 리튬 생산업체인 앨버말과 SQM을 사실상 언급한 것이다.

SQM의 계약은 2030년에 만료되고, 앨버말의 계약은 2043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보릭 대통령은 “기술적으로 견고하고 야심찬 국가 리튬 전략이 부를 보다 정당한 방식으로 분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릭은 세계 최대의 구리 생산업체인 칠레 국영 ‘코델코(Codelco)’가 국영 리튬을 위한 최선의 임무를 맡게 될 것이며 하반기에 이 계획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 의회는 보릭 대통령이 제안한 정책을 많이 견제했으며 3월 초에 제안된 세금 개혁 법안도 보류한 바 있다.

코델코와 국영 광산인 ‘에나미(Enami)’가 국영 리튬 회사가 설립되기 전에 현재 민간 프로젝트가 있는 지역에서 탐사 및 추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버말은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칠레 정부 방침대로 추가 성장에 대한 투자와 신기술 사용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SQM은 즉각 논평하지 않았다. SQM과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한국 배터리 제조사 SK온은 추이를 지켜보며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해외의 배터리 제조업체가 칠레의 리튬 회사와 계약을 갱신할 경우, 국가 개입이 없었던 이전에 비해 계약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한편, 국유화 움직임은 계약이 더 복잡해질 경우 리튬에 대한 향후 투자가 세계 최대 생산국인 호주를 포함해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리튬 OPEC 결성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리튬 생산국인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등 3개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리튬판 동맹을 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유화와 리튬판 동맹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잘 지켜보고 공급망에서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때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