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반도체 없는 중국, '중진국의 함정' 탈출할 수 있을까

공유
0

반도체 없는 중국, '중진국의 함정' 탈출할 수 있을까

중국의 시진핑 주석. 거치없이 미국을 추격하던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시진핑 주석. 거치없이 미국을 추격하던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공산당은 2023년까지 경기 부양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계은행 등 국제 경제기관들은 중국이 올해 5%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세계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부동산 거품과 산업 고도화 지연, 인구 감소, 고용 문제,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중진국의 함정이란?


중진국의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전에 경제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국가는 제조업에서 임금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과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로 인해 낮은 투자와 저성장에 머무른다.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1개의 중간소득 국가 중 15개만이 이 함정을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은 혁신 주도 경제로 전환하여 탈출에 성공했다. 중진국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 교육과 인적 자원 개발, 제도적 개혁, 글로벌시장 연계 심화 등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일본과 한국의 성공적인 모델을 재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당국이 시진핑 등장 이후 공격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으나 경제의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부문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되면서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제조업 고도화로 가야 할 돈이 부패와 부동산, 플랫폼 기업으로 흘러가면서 왜곡이 커졌다고 본다. 현재의 지정학적 환경도 세계화 시절보다 유리하지 않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국과 EU27이 중국과 거리를 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중진국의 함에 빠진 이유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 변신하고 중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 성장률이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2%로 예상했으나, 내년 이후로는 4.5%, 2027년에는 3.8%, 2028년에는 3.4%로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중국의 노동 인구 감소와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인해 노동생산성 향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거시경제포럼(CMF)이 지난해 말 온라인으로 개최한 거시경제 핫이슈 세미나에서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회장 왕이밍(Wang Yiming)은 중국의 경제 발전의 핵심은 1인당 GDP가 중진국에 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경제 발전의 질을 높이고 경제 펀더멘털을 개선하며 환율을 안정화시키려면 낮은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품질 경제로의 전환이 중국 공산당의 과제라고 말했다.

왕이밍은 베이징이 성장 둔화로 인해 중진국 함정에 빠지면 향후 몇 년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의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주도 경제에서 혁신 주도 고부가 경제로의 전환은 근로자 재교육이 필요하지만 빈부 격차 등으로 중국에서는 쉽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모색했다. 하지만 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은 기대보다 빨라지지 않았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미중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고부가가치 기업들은 물론이고 이들 기업들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조차 중국을 떠나고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노동자들 사이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실적을 중시하기 때문에 상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지방 정부에서는 근로자 혁신 강화를 위한 재교육보다 이윤 극대화에 주력한다. 이로 인해 근로자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장벽이 발생한다.

국가나 기업이 재교육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으면 개인이라도 재교육에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하지만, 대부분이 저소득인 근로자들은 안정적인 주거를 갖기를 더 원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외곽에서도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자 근로자들은 가처분소득이 부족해 재교육이나 자식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떨어졌다. 이는 주로 도심 지역보다는 40%에 달하는 농촌지역에서 주로 나타났다. 학력 편차가 너무 크고 이들은 여전히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숙련층으로 남아 있다.

안정적인 주거 부족과 복지 시스템의 차별로 인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근로자들이 도시에 뿌리를 내릴 방법이 없자 고용주로부터 장기적인 기술 훈련을 받기가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 기업들도 직원 교육에 관심이 부족하다. 설문조사에서 중국 기업의 거의 61%가 고급 재교육을 받으면 경쟁업체가 근로자를 밀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 투자가 줄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는 여러 동력 가운데 하나인 글로벌 첨단 기업의 대중 투자가 줄고 있다.

중국을 혁신 주도 경제로 변화시키려는 시진핑의 노력은 미국이 첨단 기술 공유를 억제함에 따라 1인당 소득을 높이려는 중국 공산당의 계획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한다.

반도체, 배터리, 통신망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중국은 반도체가 없다. 최첨단 반도체 칩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조달할 수 없다. 이는 큰 취약점이다. 배터리와 통신망도 반도체와 선순환될 때 힘을 발휘한다.

아시아의 주요 3개국인 한국, 일본, 싱가포르는 과거 이 지역에서 워싱턴의 경제 의제와 연계함으로써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계화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국가들이다. 이들은 재세계화 흐름에서도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 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안보와 경제 구조에 도전하고 있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경제 전문기관들이 2030년 이후, 2050년이 되면 중국이 GDP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현재의 재세계화와 지정학적 긴장 구조가 계속되면 중산층의 함정에서 벗어날 시간은 점점 길어질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