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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대차·기아, 美 도난 방지 강화 이후에도 절도 6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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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대차·기아, 美 도난 방지 강화 이후에도 절도 60% 급증

AP, 미국 주요 7개 도시에서 도난 증가…뉴욕선 1년 사이 7배 늘어
미국에서 차량 절도의 표적이 된 현대차와 기아차.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차량 절도의 표적이 된 현대차와 기아차. 사진=AP/뉴시스
미국에서 자동차 훔치기 표적이 된 현대차와 기아차가 약 3개월 전에 도난 방지 장치 설치를 강화했으나 여전히 미국 전역에 걸쳐 이 두 회사의 자동차 도난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는 미국 주요 7개 도시의 자동차 도난 사건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와 기아차 도난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판매된 두 회사의 자동차 830만 대가량이 도난 방지 장치 미비로 도난의 표적이 됐고, 두 회사가 도난 방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AP가 지적했다.

AP는 미니애폴리스,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 뉴욕, 시애틀, 애틀랜타, 미시간주의 그랜드 래피드스 등 7개 도시에 지난 4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현대차와 기아차의 도난 사례를 분석했고, 그 결과 1년 전에 비해 여전히 도난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다만 덴버시에서는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차 도난 사건이 유독 많이 발생했으나 지난해 4월에 비해 도난 건수가 23%가량 줄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올해에 현대차와 기아차 도난 사건이 모두 1899건 발생했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8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브라이언 오헤어 미니애폴리스 경찰청장은 AP에 보낸 이메일에서 “문제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고, 과거에 비해 사태가 기하급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몇 주일 동안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도난 건수가 불과 1주일 사이에 1년 동안 발생한 도난 건수와 비슷할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전역에 걸쳐 발생하는 자동차 도난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그렇지만,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포함된 자동차 도난 건수가 60% 이상 증가했다고 AP가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21년 말부터 자동차 열쇠가 없어도 드라이버와 USB 케이블만으로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틱톡 기아 챌린지’ 등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널리 확산했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도 현대차와 기아차 도난 사건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욕시 경찰국은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현대차와 기아차 도난 사건이 966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가 증가한 것이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자동차 ‘대절도’ (GLA, grand larceny of autos)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자동차 도난을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하루에 6000개가량의 차량에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우편, 전화, 디지털 광고,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도난 피해 우려가 있는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연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라 가브리엘 현대차 대변인은 현대차와 기아차 절도 방법을 소개한 ‘기아 챌린지’ 등의 게시물을 소셜 미디어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새로운 제작물이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가브리엘 대변인은 “추가적인 자동차 절도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올해초부터 더욱 강화된된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미국 안전 당국은 두 회사의 소프트웨어 보급이 너무 느린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대상 차량을 소유한 280만 명가량에게 안내물을 보냈고, 이 중 21만 대가량에만 이 소프트웨어가 새로 설치됐다고 AP가 보도했다. 이는 전체 대상 차량의 거의 5%가량에 불과한 수치다.

현대차는 대상 차량이 380만 대가량이고, 이 중에서 22만 5000 대가량에만 새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이는 전체 대상 차량의 6%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오는 5월 18일까지 모든 해당 차량 소유주에게 연락할 계획이다.
절도 표적이 된 현대·기아차에는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한다.

절도범들이모빌라이저 기능이 없는 2021년 11월 이전 현대·기아 차종만을 골라 훔치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 키홀 주변의 플라스틱 커버를 뜯어낸 뒤 충전용 USB와 드라이버를 사용해 시동을 걸고 차량을 훔쳐 달아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모델을 기준으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차량에 설치한 비율이 96%였으나 현대기아차 모델은 26%에 그쳤다고 AP가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 미국판매법인은 당국과 협력해 차주들에게 핸들 잠금장치를 지원하고, 도난을 방지하는 보안 키트를 개발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17개 주가 자동차 훔치기 표적이 된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리콜 조처를 해달라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요구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 차량 도난 사건이 빈발해 재산과 경찰력 소진 등의 피해를 보았다며 미국의 주요 도시들이 현대차그룹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시애틀,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를 비롯한 최소 8개 도시가 현대차그룹이 비용 절감 목적으로 도난 방지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시 당국은 현대차그룹의 비용 절감 결정으로 인해 자동차를 훔치기가 쉬워졌고, 도시는 덜 안전해졌다고 주장했다.

미국 위스콘신주, 일리노이주를 포함한 23개 주(州) 법무장관들이 지난달 20일 현대·기아차에 공식 서한을 보내 도난에 취약한 차량에 대한 도난 방지 조처를 촉구했다. 미국 10대들 사이에서는 차량을 훔치는 '기아 보이즈' '기아 챌린지' 불리는 범죄 놀이가 유행처럼 번졌다.

AP는 리콜이 이뤄져도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경우 약 15%가량의 차량 모델은 소프트웨어로 도난 방지를 할 수가 없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런 차량 소유주에게는 도난 방지 장치 설치 비용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