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중국, '인도와 미국' 갈라치기 전략 통할까

공유
1

[초점] 중국, '인도와 미국' 갈라치기 전략 통할까

상하이협력기구·브릭스 회의 등서 인도와 친해지기 온힘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인도와의 국경 충돌을 피하고 인도와 가까워지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인도와의 국경 충돌을 피하고 인도와 가까워지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인도와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인도가 미국과 연합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인도는 역사적으로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로 국경분쟁 등으로 관계가 악화되었다. 특히 1962년에는 군사 충돌까지 발생했다. 최근에는 2020년 여름부터 국경 전체를 따라 무장 대치 및 소규모 교전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양국은 군사 긴장 완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며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양측은 군사 분쟁 지역에서 철수하기로 합의했으며,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 회의에서는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인도를 붙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이 과거 소련과 중국을 갈라놓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중국과 인도를 갈라놓으려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이 주도한 일본·호주 등과 함께 구성한 '인도-태평양의 자유진영 연대'나 '쿼드' 등은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따라서 중국은 인도가 미·중 갈등에서 자신들의 편에 서거나 적어도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인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상하이협력기구와 브릭스 회의에서 인도를 우대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특히 상하이협력기구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 또한 푸틴 대통령에게 인도가 중국과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대만 문제에서는 인도가 자신들의 입장을 지원해줄 것을 바라며, 대만 정부와의 공식적인 교류나 군사 협력 등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에 핵심적인 국익 문제로, 미·중 갈등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인도와 친해지기' 추진은 단기적인 전략적 선택일 뿐, 장기적으로 양자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그들은 양자 사이에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갈등이 존재하며,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관계 개선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 중국의 인도 우군화 실태


중국은 인도와의 관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군사 충돌의 완화라고 보았다.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모두 32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1962년 전쟁 이후 수시로 충돌했다. 2020년에 동부 라다크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있었다. 이후 양국 사이의 관계는 냉랭한 상태였다.

중국의 국방부 장관인 리상푸는 2023년 5월 상하이협력기구(SCO)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했다. 리상푸는 인도의 국방장관과 양자 회담도 개최했다. 군사적 관계 개선을 시도한 것이다.

다음은 외교 분야다.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은 지난 5월 5일 고아에서 열린 SCO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한 기회에 인도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했다.

친강은 "국경 평화와 평온을 확보하는 문제 등에 초점을 맞췄으며, 양국의 관계와 관련해 자세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동시에 "SCO, G20, 브릭스 등에 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인도는 오는 7월 3∼4일과 9월 9∼10일 SCO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를 차례로 개최한다. 8월 초에는 남아공 브릭스 회의에서 양국이 만난다.

2020년 5월 라다크 동부에서 인민해방군의 공격적인 움직임 이후 거의 3년 동안 이어진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은 인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라다크의 실제 통제선(LAC)을 따라 있는 두 개의 마찰 지점인 뎁상과 뎀촉에서의 대치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4월에 제18차 군단장급 회담도 열렸다.

인도에 대한 중국의 우호적 접근이 급증한 것은 최근 몇 달간의 미·중 관계 악화와 시진핑과 푸틴 사이의 회담에 따른 것이다. 이 둘은 자유 진영 대응 차원 SCO, 브릭스 등 다자포럼과 최근 몇 년간 다소 잠잠했던 전략그룹인 중국-러시아-인도(RIC) 등 3국 포럼에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3월 22일 뉴델리의 중국 대사인 마자(Ma Jia)는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과 인도가 많은 지역 및 국제 문제에서 동일 혹은 유사한 입장을 공유하고 남-남 협력에 광범위한 공통 관심사를 갖는 방법에 대해 말했다.

마자는 "중국과 인도는 서로 위협이 아니라 서로의 발전 기회라는 정상의 합의를 따라야 하며, 중국과 인도가 아시아의 세기를 실현하기 위해 주변 국가들이 평화롭게 살고 함께 발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인도에 대한 유화적 신호의 급증은 단기적으로는 올해를 '외교의 해'로 삼은 중국 공산당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시진핑이 7월 SCO 정상회의를 위해 인도를 방문하려면 모디 총리와의 회담을 위한 기반 조성 작업이 필요하고, 8월 남아공 브릭스 회의, 올해 말 G20 정상회의에서도 우호적 관계를 국제사회에 드러낼 필요가 있다.

특히 8월 남아공에서 열리는 브릭스 회의에서 위안화의 가치를 격상하려면 인도의 동의가 필요하다.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를 원만히 하고 있는데 인도에서 도움을 주면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대만을 중국이 병합하려고 할 때 인도가 최소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도록 하는 것도 중국의 목표이다.

따라서 올해는 중국이 인도가 필요한 무엇을 내놓을지가 주목할 이슈이다.

◇ 인도의 대응 전망


2021∼2022 회계연도에 인도와 중국 교역액은 1년 전 대비 33.6% 증가한 1154억 달러였다. 인도의 대중 수입은 44.4% 증가한 942억 달러, 대중 수출은 0.3% 늘어난 213억 달러였다.

인도의 최대 교역국은 미국이다. 같은 시기에 미국-인도 무역은 전년 대비 48.3% 급증한 1194억 달러였다. 중국과의 교역보다 40억 달러 많았다.

뉴델리는 국경 분쟁 이전인 2020년부터 인도와 육지 국경을 공유하는 국가에서 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보안 허가를 의무화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중국 투자자와 기업에 영향을 미쳤다.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2022년 6월 29일 기준 중국 기업의 투자 제안 382건 중 80건만 FDI 제안을 승인했다.

인도는 항상 실리외교·실용외교를 제1의 원칙으로 삼았다. 미국과의 관계 역시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듣지만 결국 국익과 절충점을 찾아서 결정했다.

인도-태평양 구상과 쿼드에서 한 축을 맡지만 그 대가로 경제적 이해를 충분히 받아내려고 한다.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직접 투자를 유치했다.

아직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은 인도로서는 14억 인구의 생활 수준이 나아지려면 군사 비용을 추가로 지불할 필요가 없고 누구와도 적대시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인도는 중국의 접근에 대해 최대한 정중하지만, 최대한 실질적이고 제도로 인정되는 양보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무력 충돌에 대해서도 실질 조치를 압박한다.

인도는 중국의 요구에 대해 미국의 입장도 청취할 것이고, 원칙적으로 더 나아가 자국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할 것이다.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양보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인도 다가서기는 조건부 거래이기 때문에 인도가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중국의 거국적 양보가 없다면 표면적 거래에 그칠 가능성이 더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