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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핵무기 얼개 설계 능력 확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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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핵무기 얼개 설계 능력 확보 시급"

얼개 설계의 기본 핵심은 기폭 경로의 정밀한 계산
핵물질은 美서 조달하거나 해외시장서 자체 확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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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사시 핵무기 제조를 위해 지금 가장 시급하게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 확보인가 아니면 핵무기 외피, 즉 얼개의 설계인가?

지난 4월 26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준수한다고 재확인한 윤석열 대통령과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을 통해 확장억제를 강화한다는 ‘워싱턴 선언’에 합의했다. 그 결과 한국은 당분간 자체 핵무장을 공개적으로 추구하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국내 핵공학계를 중심으로 미·중 패권 경쟁인 2차 냉전의 전개 여하에 따라 머지않아 미국이 오히려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필요로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26 정상회담 직전까지 자체 핵무장 의제를 제기했던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준비의 책임은 정부가 맡아야 하지만 워싱턴 선언으로 인해 그것이 어려우면 민간에서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서 교수를 비롯한 이 분야의 현자(賢者)들이 미국의 동의를 확보하는 즉시 한국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 지금부터 정부든 민간에서든 시급하게 착수해야 하는 핵심 준비로 꼽는 것은 무엇인가?

서 교수는 문제의 최우선적인 준비는 핵무기의 얼개 설계라고 말했다. 그가 4·26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CNBC KOREA와 글로벌이코노믹과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바 있는, 핵무기 2~3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의 아임계 질량인 12.5㎏과 2.5㎏을 확보하는 것보다 핵물질을 감싸는 외피인 얼개의 설계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핵무기의 얼개, 즉 껍데기의 형태는 원형과 타원형 두 종류가 있다. 어떤 형태가 됐든 각각의 중심에는 앞서의 아임계 질량의 핵물질과 중수화된 리튬이 들어가고 그 주위 전체는 화약으로 채워진다. 이들 핵물질과 중수화된 리튬, 폭약 등 내용물 전체를 모두 감싸주는 핵무기 외피 소재는 우라늄238과 텅스텐 두 종류다.

얼개 설계의 핵심은 핵무기 외피의 32개, 64개, 96개 광학렌즈를 통해 1백만분의 1초 내에 동시 점화를 일으킴으로써 중앙에 있는 핵물질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가 폭발하는 고온인 1억8000만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중성자를 쏘아 중수화된 리튬을 거쳐 핵물질에 도달하는 여러 단계의 기폭장치를 3차원으로 계산해내는 데 달려 있다. 요컨대 외피에서 중앙에 있는 핵물질이 폭발할 수 있는 초임계 상태를 만들기 위한 저폭·중폭·고폭 등 중성자의 다양한 기폭 경로에 대한 정밀한 계산이 얼개 설계의 생명인 것이다.

서 교수는 원형은 단면을 자른 2차원의 계산까지는 얼추 손 계산으로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원형은 물론 타원형 모두 3차원의 정밀한 계산이 필요한데 그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런데 문제는 얼개 설계를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즉시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기관들에 의해 어디서 누가 핵무기 얼개를 설계하고 있는지가 파악된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도 지재권은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 얼개의 설계가 유사시 미국의 동의로 핵무기 제조에 곧바로 착수할 때를 대비해서 가장 시급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우라늄235 12.5㎏과 플루토늄239 2.5㎏의 확보도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서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핵무기 얼개의 설계 준비와 이들 두 핵물질의 확보 간에는 차이가 있다. 이들 핵물질의 경우 미국이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동의하는 즉시 미국이 확보해 놓고 있는 핵물질을 받아서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온라인 시장에서 구입해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익명을 원하는 한 현자의 지적이다. 하지만 얼개의 설계는 미국의 동의에 앞서 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핵무기 제조 소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얼개의 정확한 설계가 이처럼 자체 핵무장 능력 준비의 최고 핵심이라는 점에서 관건은 정부가 워싱턴 선언으로 NPT 준수를 재확인한 만큼 얼개 설계의 준비를 맡기 어려우니 민간에서 어떤 그룹이나 기관이 그걸 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 교수는 오랫동안 감추어 온 생각을 털어놓았다. 자신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그룹이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생각이 단순한 느낌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같은 적지 않은 나라에서 국가적 위기에 대비해 자체 핵무장에 필요한 준비를 조용하게 해오고 있는 그룹이 우리 사회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체 핵무장 준비 그룹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미국이 2차 냉전의 전개 상황에 따라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동의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박한 북한과 중국의 핵공격 위협에 맞서 핵무기를 제조해야 하는 정부에 핵무기의 얼개 설계는 물론 우라늄235 12.5㎏도 이미 확보해 놓았으니 활용하라는 자체 핵무장 그룹의 제안이 오는 것이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