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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최강 탈환 위한 처절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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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최강 탈환 위한 처절한 몸부림

컴퓨터 마더보드 속에 놓인 스마트폰 스크린 위 인텔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컴퓨터 마더보드 속에 놓인 스마트폰 스크린 위 인텔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
지난 10년 만에 그래픽 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는 인텔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반도체 회사로 성장했고, AMD같은 경쟁사들은 최첨단 칩 제조에서 인텔을 추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3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텔의 팻 겔싱어는 2021년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진흙 구덩이에 빠질 일이 없다"며 "우리가 공략해야 할 문제는 리더, 인력, 방법론 등의 측면에서 몇 가지 심각한 문제들이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인텔의 문제는 주로 반도체 제조 공정의 전환 실패에서 비롯된다. 인텔은 회로를 설계하고 자체 공장에서 제조함으로써 성공을 이어왔다. 현재는 반도체 기업들은 회로 설계 또는 제조 공정에 특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인텔은 다른 기업들이 설계한 반도체 제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 전환은 험난한 여정이 되고 있다. 62세의 독실한 기독교인인 겔싱어는 적의 공격을 받아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한 네헤미야의 성경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지난해 한 싱가포르의 기독교 단체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고, 재건을 위한 깊은 열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겔싱어의 계획은 인텔의 자체 칩과 함께 다른 기업의 반도체를 만드는 새로운 공장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 "파운드리" 사업인 계약 제조 사업은 여러 문제로 수렁에 빠져 있다.

휴대폰 칩 대기업인 퀄컴과 EV제조업체 테슬라는 자사 칩 생산을 인텔에 맡겼다가 이를 철회하는 방안을 해당 경영진들이 검토했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다른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제공하는 광범위한 반도체 설계 서비스를 인텔이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인텔 생산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퀄컴 또한 인텔의 기술적 실수 후 생산 자제를 하고 있다.
그의 성공 여부는 IBM의 PC사업처럼 인텔이 수많은 칩 제조업체 중 하나의 역할에 만족해야 하는지의 결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인다. 그 결정은 또한 인텔을 넘어 반도체 업계에 큰 파급력을 줄 것이다. 대만의 TSMC, 삼성전자 등 이제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즉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는 이제 전세계 최첨단 반도체 제조기업이고, 중국 기업들도 점차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아시아 공급망이 위협을 받고, 미·중 긴장이 높아지자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텔은 1980년대, 1990년대에 PC 혁명의 원동력이 된 중앙처리장치(CPU)를 제조생산해 실리콘밸리의 거인이 되었다. 겔싱어의 멘토인 전 CEO 앤디 그로브 아래에서 인텔 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 체제 소프트웨어 윈도우를 실행했고, IBM은 가정용, 업무용 PC에 인텔 브랜드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2000년대 인텔은 휴대폰과 고급 컴퓨터 그래픽을 위한 칩을 생산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최근 몇 년 동안 TSMC와 삼성은 가장 작고 빠른 반도체 제조를 위한 고수익 경쟁에서 인텔을 앞질렀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20년대 말까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겔싱어는 세계 최고의 계약 칩 제조업체 파운드리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겔싱어는 18세에 인텔에 입사, 2001년 인텔 최초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인텔 칩 설계 등급을 상승시켰다. 그 후 그는 컴퓨터 그래픽 칩 프로젝트의 실패로 인해 인텔을 떠나게 되었다. 이후 데이터 센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VMware에 입사하여 8년 동안 최고경영자로 일했다.

그는 2021년 2월 인텔로 복귀하면서 전환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인텔 공장을 크게 확장하고 수주를 늘리기 위한 파운드리 공장 설립에 나서게 되었다.

그의 복귀 시점이 코로나 팬데믹 PC 판매 붐에 의해 촉발된 반도체 부족 상황과 맞물렸다. 반도체 업계 이익은 일시적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코로나 대유행이 완화되고 사무실 근무가 재개되자 반도체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 이 상황이 켈싱어의 계획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인텔은 역사상 최악의 분기 손실을 기록했고, 이번 2분기 또다른 손실이 예상된다. 인텔은 배당금 삭감 및 감원 등 새로운 비용 절감 조치를 하고, 임원 삭감 등을 포함해 2025년까지 연간 비용을 최대 100달러까지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공장 내 수백만 달러의 반도체 제조 장비 설치 공정도 늦추고 있다. 겔싱어 취임 후 첫 주요 프로젝트인 2억 달러 규모의 이스라엘 하이파 연구센터 인수를 포기했다. 또한 7억 달러 규모의 미국 오리건주 연구소 설립 계획도 같은 운명이 되었다. 미국 오리건주와 애리조나주 제조 거점과 실리콘밸리의 인텔 본사 간 왕복하던 전용 제트기 운영 서비스도 중단하였다.

겔싱어 취임 이후 인텔 주가는 약 30% 하락하며, 약 10% 상승한 PHLX 반도체 지수에 뒤처졌다. 같은 기간 TSMC 시총은 인텔의 4배 이상, 엔비디아는 약 8배가 되었다.

겔싱어는 인텔이 4년 안에 칩 기술의 5가지 발전을 달성하겠다는 그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향후 몇 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최첨단 프로세서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오클라주 털사의 지브롤터 캐피털 자산운용사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앤드류 보이드(Andrew Boyd)는 "많은 과제와 실행 위험이 있으며, 이는 다년간의 전략 구현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브롤터가 약 15년간 인텔의 핵심 주주였다가 지난 1월 모든 지분을 처분키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겔싱어 최고경영자는 낙관적으로 인텔이 세계에서 2대 계약 칩 제조업체 파운드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TSMC나 삼성 가운데 어느 한 곳보다 훨씬 더 성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인텔 경영진은 대만 TSMC에 이어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주요 고객사 몇 곳을 유치하면 향후 10년 안에 연간 2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인텔 내부에선 추정하고 있다.

겔싱어 최고경영자는 매번 이사회 회의 전에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는 회의 과정에서 "여전히 함께하고 있는지, 전략이 좋은지, 그리고 모두 일치된 의견인지"에 대해서 토론하곤 하였다.

겔싱어와 아주 가까이 지내는 이사회 의장인 프랭크 이어리(Frank Yeary)는 "진정한 진전이 일어나고 있지만,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점프 스타트하기 위해 지난해 인텔은 이스라엘 파운드리 타워 세미컨덕터를 약 60억 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으나, 중국 정부의 합병 승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겔싱어가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현지 인텔 직원을 만나면서까지 거래 성사를 위해 노력하면서 올해 초 그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도 하지만, 인수 합병 승인 시점에 대한 예상을 뒤로 미루게 되었다.

휴대폰 칩과 아웃소싱 제조 전문 반도체 및 통신 기업인 퀄컴은 인텔과의 협력을 기대했고, 인텔 공장에서 휴대폰 칩 제조를 담당할 엔지니어팀을 파견했다. 특히 내년 말까지 전세계에서 최첨단 칩 제조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

2022년 초,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문은 퀄컴의 샌디에이고 본사에 대표단을 보내 퀄컴 최고경영자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을 면담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후 인텔은 그 칩의 상업적 생산에 대해 2022년 6월 예상 실적을 하회하였고, 12월에도 실적 하회 발표를 이어갔다.

퀄컴 임원들은 인텔이 고성능 프로세서 생산에 성공하더라도 원하는 종류의 휴대폰 칩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퀄컴은 인텔이 진전하는 모습을 기다리는 동안 인텔에게 작업 중단 소식을 전달했다고 한다.

인텔은 PC용 고성능 프로세서에서 작동하는 반도체 제조기술에 더 집중해 왔다. 배터리 수명이 제한된 휴대폰용 칩 생산에는 신기술과 새로운 회로 설계가 필요하다. 인텔은 최근 휴대폰 회로를 전문으로 하는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2021년 말부터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데이터와 이미지 처리를 위한 반도체 칩 제조사로 인텔을 고려해 왔다. 테슬라는 오랫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고객이었고, TSMC도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테슬라는 반도체를 설계하지만, 반도체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가 필요하다. 그 부문을 인텔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겔싱어는 테슬라와의 협의내용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그는 그런 작업과정을 처리하는 것은 인텔에게 새로운 영역이자 쉽지않은 도전이다고 덧붙였다.

겔싱어는 파운드리 사업이 40억 달러 이상의 잠재적 사업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주요 고객사로 대만의 휴대전화 칩 회사인 미디어텍으로 인텔은 스마트 TV와 와이파이 모듈을 위한 낮은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인텔은 또한 더 정교한 칩을 생산하기 위해 하드 드라이브 제조업체인 씨게이트(Seagate)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엔비디아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텔 칩을 제조하도록 테스트하고 있지만, 인텔은 아직 애플, 엔비디아, 퀄컴같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고객사와 계약을 체결한 바는 없다고 한다. 많은 잠재 고객사들은 TSMC, 삼성전자와 공급 계약을 맺고 있으며, 아직 검증받지 않은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경계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 매출이 8억 95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2%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발표했다.

겔싱어는 지난해 한 회의석상에서 칩 생산직 직원에게 파운드리 성공에 자신의 경력을 걸겠다며 어떤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미국 정부도 낮은 인건비,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아시아지역으로 반도체 사업이 이전된 이후에 국내 반도체 생산 생태계를 복원하기를 기대한다.

겔싱어는 반도체 생산에 대한 정부의 추가 투자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한때 그는 미국 정부 대표들에게 미국내 공장 설립을 위한 보조금을 받기 전에 유럽 공장 설립에 유로화 지원이 먼저 이루어질 것 같다고 불만을 쏟아내기도 하였다.

미국 정부는 이후 소위 칩스법을 제정, 국내 반도체 제조에 530억 달러 상당의 자금, 대출 보증 및 기타 인센티브를 배정했다고 한다.

그 후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시설 가운데 한 곳이 될 오하이오주 릭 카운티의 인텔의 한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인텔은 또한 애리조나주에 공장 신설과 함께 독일 및 전 세계 다른 지역에 공장 신설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모든 계획대로 건설될 경우, 수천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겔싱어의 사업 확장 계획은 반도체 수요가 다시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에 기초하고 있다. 인텔이 4월 말 분기 실적을 발표했을 때, 그는 반도체 수요 반등이 연말 전에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인텔이 짓고 있는 일부 반도체 공장은 현재 인텔 외에 헌신적인 고객사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며, 도박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금이라도 대담하지 않는다면, 반도체 산업에 종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