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노동 생산성 사상 최장기 하락...AI가 유일한 희망인가

공유
0

[초점] 美 노동 생산성 사상 최장기 하락...AI가 유일한 희망인가

생산성 5분기 연속 하락…AI 툴 제공하면 14~30% 상승

인공지능(AI).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노동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이것이 향후 경제 진로의 복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6일(현지시간) “노동 생산성 하락을 피부로 느낄 수 없지만, 이는 미국 경제 추락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완전 고용 속 경기 침체’(full-employment recession)가 오고 있다”면서 “역사적으로 낮은 생산성 저하가 그 원인이다”고 보도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1분기 노동 생산성은 연율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1% 감소했고, 1년 전보다는 0.8% 낮아졌다. 미국에서 전년 동월 대비 노동 생산성이 5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미 노동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48년 이후 최장 하락 기록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기업들이 고용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지만,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면 이것이 소리 없이 경제 성장 둔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 생산성은 일정 시간이 투입된 노동량과 그 성과인 생산량과의 비율을 뜻한다. 이는 노동자 한 사람이 일정 기간 산출하는 생산량 또는 부가가치를 나타낸다. 노동 생산성이 상승하면 생산 가격이 낮아지면서 비용도 줄어 기업은 가격을 동결하면서 이윤을 높일 수 있다.

미국에서 노동 생산성 하락의 원인 중의 하나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과 ‘최소한의 일만 하는 월요일’(Bare Minimum Monday, BBM) 등의 현상으로 나타난 노동자의 근무 태만이 꼽힌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워싱턴 포스트에 “미국에서 상당수 노동자가 ‘조용한 사직’ 상태로 일을 하고 있고, 결근을 자주 하는 것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다시 대면 근무를 시작한 미국 직장인들이 대체로 자기 일에 열정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해 9월에 실시한 갤럽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직장인의 절반가량이 ‘조용한 사직’ 상태라고 보도했다. 조용한 사직은 직장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봉급을 타는 것을 뜻한다.

미국 직장인의 열정 지수가 팬데믹 이후에 급락했다. 갤럽은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여름부터 직장인의 일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후에 '최소한의 월요일(BMM)'이 시선을 끌었다. BMM이란 일주일의 시작에 심적으로 압도되는 '월요병'으로, 월요일에는 최소한의 업무만 하는 것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정착된 재택근무를 비롯한 원격 근무도 생산성 하락 원인 중이 하나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최근 미국의 18세에서 64세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전면 재택근무 비중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분 재택근무(38%)까지 포함하면 전체 재택근무 비율은 78%에 달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19%만이 전면 재택근무 상태였고, 60%는 전면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기업들은 대면 근무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직원들에게 9월부터 주 3회 출근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회사 측이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직원 성과 데이터에 대한 내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면 근무를 하는 엔지니어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디즈니는 지난 3월부터 출근 근무를 주 4일로 늘렸고, 아마존은 지난 5월부터 주 3회 이상 사무실 출근 근무 체제를 시행했다.

팬데믹 이후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노동력 비축’ (labor hoarding)도 생산성 하락을 부채질한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했다. 라이언 스위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미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WSJ에 “2000년대 초반에는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이 있었고, 이는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에 고용이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이번에는 경기가 침체하면서 고용줄지 않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기업들이 팬데믹 당시에 심각한 인력난을 겪으면서 노동력을 비축해 두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그가 설명했다.

미 노동부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4월 미국 민간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1010만 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975만 건에서 1000만 건대로 재진입한 것이다. 실업자 1명당 구인 건수 배율은 1.8건으로 전월(1.7건)보다 더 늘어났다. 실업자 대비 구인 건수는 팬데믹 이전에는 1.2명에 불과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인공지능(AI)이 노동 생산성을 다시 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MIT와 스탠퍼드대 조사에서 포춘 500대 기업 엔지니어에게 생성형 AI 툴을 제공한 결과 생산성이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숙련공 노동자에게 생성형 AI 툴을 지원해주면 생산성이 30%가량 늘어난다고 두 대학 연구팀이 밝혔다.

미국 최대 투자 은행 골드만 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AI가 노동 생산성을 촉진하고, 이것이 기업의 이윤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드만 삭스는 AI 열풍으로 뉴욕 증시가 향후 10년 이상 상승세를 탈 수 있고, 뉴욕 증시의 간판 지수인 S&P500 지수가 장기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