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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빅테크의 요람' 샌스란시스코가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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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빅테크의 요람' 샌스란시스코가 죽어가고 있다

인구 감소에 주택 가격까지 급락 범죄·마약 급증
사무실 공실률 30%, 호텔 업계는 연쇄 도산 위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 다운타운. 사진=SF 크로니클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 다운타운. 사진=SF 크로니클
‘빅테크’의 요람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시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사무실 공실률이 치솟고 있으며 일부 상가 지역이 부분 폐쇄되는 등 도시 전체가 쇠락 조짐을 보인다. 뉴스위크는 1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가 죽어가고 있다’면서 “이 도시의 퇴보는 다른 도시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팬데믹 이후에 샌프란시스코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이 곳 호텔업계가 지난 15년 사이에 최악의 불경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WSJ은 범죄 증가와 삶의 질 하락으로 이 도시의 호텔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가 포함된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서 지난해 2020년 초 이후 현재까지 약 50만 명의 주민이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고 뉴스위크가 미국 센서스국 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구는 2020~2021년에 7.2%가 감소했고, 2021~2022년에 다시 0.3%가 줄었다. 뉴스위크는 “팬데믹 이후에 미국의 다른 주요 도시가 정상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으나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에어리어는 쇠퇴하고 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테크 기업의 허브 실리콘 밸리에 인접해 있다. 이 도시는 빅 테크와 함께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해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이 도시의 운명이 바뀌었다. 테크 기업의 재택 근무 확산으로 많은 주민이 이 도시를 떠났다. 이제 팬데믹이 끝났으나 재택근무 체제에 익숙해진 직장인의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미국 센서스국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지역 직장인의 35%가량이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에 빅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거센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뉴스위크는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공실률이 약 30%에 달한다고 전했다. 도시 유입 인구가 줄어 상업 지구가 활력을 잃었다. 샌프란시스코시의 세수가 줄고, 대중 교통 이용자도 감소했다. 이 도시의 상당수 자영업자는 고객 감소로 경영난에 빠졌다.
이 도시의 주택 가격은 미국에서 텍사스 오스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판매된 주택의 평균 가격은 2022년 4월에 160만 달러 (약 20억 6400만 원)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1%가 올랐다. 그러나 올해 4월 주택 평균 가격이 13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7.3%가 하락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는 신종 마약 펜타닐에 중독돼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급증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특히 이 도시 펜더로인 지구가 펜타닐의 온상으로 알려지면서 이곳이 황폐화하고 있다. 고급 슈퍼마켓 체인점인 홀푸드는 최근 매장 도난이 늘고 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일부 도심 매장을 폐쇄했다. 대형 소매 체인점 타겟(Target), 약국 체인점 월그린, 이동통신사 T 모빌 등이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서 매장을 철수했다.

WSJ은 샌프란시스코 호텔 투숙객이 올해 4월에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가 감소했다고 호텔 데이터 기업 STR 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클럽 쿼터스와 같은 일부 호텔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파크 호텔스 앤드 리조트는 지난주에 채무 불이행 사태에 빠졌다. 데이터 기업 코스타에 따르면 앞으로 이 도시에서 20개 이상의 호텔이 향후 2년 안에 채무 상환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