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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기업과 투자자들, 우회 경로를 통해 인도 사업 재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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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기업과 투자자들, 우회 경로를 통해 인도 사업 재개 모색

중국 패스트 패션 대기업 쉐인이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과 손잡고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기업들은 인도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에 합작 형태로 간접 진출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패스트 패션 대기업 쉐인이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과 손잡고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기업들은 인도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에 합작 형태로 간접 진출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도와 중국은 2020년 6월 국경 분쟁 이후 서로에 대한 불신이 아직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도는 여전히 시장에서 중국 제품에 대해 불매하고 있으며, 인도 정부도 중국인 언론인 추방과 영사 업무 제한 등의 강경한 조치를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일부 기업과 투자자들은 코로나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인도 시장의 투자 기회를 더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직접 투자가 아닌 우회 투자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에서 중국 기업과 투자자 규제 시행


인도와 중국은 2020년 6월 라다크 지역에서 국경 분쟁이 있었다. 인도군 20여 명이 사망하고, 중국군도 수십 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 이후 인도는 중국인들의 인도 투자를 억제하는 조치를 했다.

중국 기업의 인도 진출에 대한 규제는 물론 인도에서 벌인 사업에 조사를 강화했다. 인도에서 벌인 사업에 대한 제재와 함께 세금도 인상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인도에서의 기술 투자를 축소했다.

2020년 규칙으로 인해 거래가 급격히 둔화되었다. 데이터 제공업체 트랙슨(Tracxn)의 수치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2019년에는 31억 달러 규모의 72개였으나 2022년에는 28억 달러 규모에 53개만 참여했다.

◇중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우회 투자 증가 추세


여전히 인도와 중국 사이의 국민감정이 좋지 않지만, 양국의 교역은 계속 늘고 있다.
인도와 중국 간의 양자 무역은 2020년 863억9000만 달러에서 2021년 1158억3000만 달러로 34% 성장했다. 2022년 4월부터 11월까지 인도와 중국 간의 교역액은 778억2000만 달러였다.

이런 흐름에 대해 중국과 연계된 기술 회사들은 인도로 다시 진출할 방법을 찾고 있으며, 우회 투자의 성공 스토리는 투자자들에게 그들 사업이 국가 간 무역 긴장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 창업자 레이 준이 설립한 순웨이 캐피털은 2020년 설립된 싱가포르 계열사 SWC 글로벌을 통해 지난해 인도 자동화 플랫폼 웹인게이지와 우유제품 브랜드 컨트리 딜라이트에 투자했다.

2020년 중국과 인도 국경에서 발생한 충돌에 따른 국가안보 우려로 금지된 수십 개의 중국 앱 중 하나인 패스트 패션 대기업 쉐인(Shein)도 인도 최대 상장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도에서 재출시했다.

최근 정부가 승인한 쉐인과 릴라이언스의 파트너십은 중국 그룹이 인도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의류 판매에서 릴라이언스 수익 일부를 받는 계약이다.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한국 회사인 크래프톤(Krafton)이 출시한 슈팅 게임‘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attlegrounds Mobile India)가 인도 사용자 데이터가 중국 서버로 전송되고 있다는 우려로 금지된 지 1년 만에 지난 주 앱 스토어에 다시 출시되었다.

라지브 찬드라세카르(Rajeev Chandrasekhar) 인도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은 6월에 “서버 위치 및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를 해결한 후 BGMI가 3개월 동안 시험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쉐인과 BGMI 투자는 인도의 엄격한 정책 규제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아직 중국의 투자에 대한 심각한 규제는 남아 있다.

2020년에 도입된 규정은 “수익적 소유자”가 중국인이거나 중국에 기반을 둔 모든 거래에는 인도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규정했다.

투자자들은 이런 엄격한 규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외국인 직접 투자를 포함하지 않는 릴라이언스와 쉐인의 제휴 같은 거래는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쉐인은 2022년에 싱가포르 지사를 사실상의 지주 회사로 만들었다. 이는 중국 현지의 투자에 민감한 인도에서 시장을 확보하려는 중국 투자자들이 전개하고 있는 우회 투자이다.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투자자 회사를 갖는 것이 승인 절차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텐센트의 지원으로 인도에서 게임이 금지됐다가 최근 승인을 받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텐센트의 지원으로 인도에서 게임이 금지됐다가 최근 승인을 받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사진=로이터


인도 시장에 밝은 전문가들은 “이처럼 우회 투자가 미래에 중국의 인도에 대한 투자 구조를 확대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싱가포르 기업과 관련된 인도 벤처 캐피털 거래는 규정 변경 전인 2019년 68건에서 2022년 205건으로 급증했다.

BGMI의 복귀도 중국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인기 게임에 대한 일련의 갑작스러운 금지로 타격을 입은 게임 부문에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1억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BGMI에 대한 금지 조치가 모바일 사업 성장에 타격을 입혔지만 이제 “적용 가능한 모든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지난 3월 중국과 홍콩의 54개 투자자 제안이 인도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인도 관리는 “중국인에 대한 전면적 금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에 이롭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은 과제들


중국 투자자에 대한 부담스러운 지연과 엄격한 데이터 저장 요구 등은 아직 많은 투자자를 망설이게 한다.

인도 시장에 투자하려는 중국 투자자들은 인도의 거대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노리지만, 초기 단계에 사업 승인을 받는 데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다. 향후 규제 완화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다시 돈이 인도로 유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2022년 기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후 인도에서 신생 산업의 성장에 중국 투자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는 측면을 이해하고 있어 조만간 각종 규제들이 비공식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