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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우크라이나 서부 가스 저장고 활용 묘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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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우크라이나 서부 가스 저장고 활용 묘수될까?

동부보단 비교적 안전·비용 저렴…우크라 경제에 도움 최적지

유럽에서는 올 겨울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에서는 올 겨울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파이프를 통한 러시아 가스가 총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가격이 폭등하는 등 큰 곤란을 겪었다.

EU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응하여 소비를 절약하고 아시아로 가는 LNG를 EU로 돌려 비축고를 90% 이상 채우면서 겨울을 이겨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가스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자들은 새로운 겨울에 대비해 가스 비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찾아 나섰다.

그동안 동원한 아이디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낮출 수 있고 비축량을 늘리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다.

이에 유력한 대안이 나왔다. 바로 우크라이나의 가스 저장고를 활용하는 안이다. 전쟁터인 우크라이나에 에너지 저장고를 둔다는 것은 황당한 발상이지만 1년이 넘는 전쟁 양상을 지켜보면서 전쟁이 주로 러시아 접경인 동부지역과 남부 일부에서 발생하고 서부는 안전지대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서부에는 새로이 비축고를 건설할 필요 없이 EU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총 수요의 일부를 저장할 수 있는 비축고가 있었고, EU와 파이프로 연결할 수도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이에 지금 EU의 정책 당국과 가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서부의 가스 저장고를 EU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긴밀한 협상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서부의 저장고 활용 배경과 진행 과정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 지역 모레-볼리츠케 마을에 있는 저장 시설은 독일에서 가장 큰 비축 저장소보다 4배 이상 많은 가스를 비축할 수 있고 지리적으로 EU의 그리드에 쉽게 연결할 수 있다.

로버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올해도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 가스가 흐르지 않을 경우, 특히 겨울에 산업 용량을 중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이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숲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장 지난해 겨울을 비교적 잘 보냈다고 해서 올해도 잘 보낼 수 있다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비축고는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보조금 부담 문제도 작용했다. 지난해 기록적인 가격과 국가 개입으로 에너지 대란은 극복할 수 있었지만, EU는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략 6,940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했으며 이제 재정 부담으로 이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 지난해보다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이에 EU 관리들과 가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가스 저장소를 주목했다. EU 저장고가 이미 70% 정도 가득한 상황에서 만약의 추운 겨울을 대비해 더 비축할 여유가 없다면 우크라이나에 있는 연료를 저장하면 향후 몇 달 동안 공급 과잉을 방지할 수 있다.

과거에 우크라이나의 저장고를 사용한 적이 있는 EU 최대의 에너지 회사 중 하나인 독일 RWE AG는 “우크라이나 저장고는 EU 시장과의 연결성을 고려할 때 2023년 여름 하반기는 물론 이후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우크라이나에도 도움이 된다. EU를 위해 가스를 저장하는 것은 EU 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해 우호적 분위기를 도울 수 있다. 비축에 대한 비용이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도움도 줄 수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절실히 필요한 지원과 수익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EU와 유대를 강화하고 러시아가 EU와 우크라이나를 이간하려는 것을 저지하는 데도 이로운 일이다.

우크라이나 가스 저장소는 지하 2㎞에 위치해 비교적 안전하며 가스 저장 용량은 총 300억 입방미터 이상이라고 한다. 작년 EU 4분기 수요의 약 10%에 해당한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악스포(Axpo)는 “우크라이나 저장고는 고정 비용 비율로 저장 공간을 제공하므로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라고 말한다.

성사되면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LNG 수요를 더 줄일 수 있고, 이는 여타 지역으로 LNG 선박이 갈 수 있도록 흐름을 만들 수도 있다. 가격 안정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점은 무엇인가?


미사일 공격과 주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받는 국가에 필수 연료를 저장하는 것은 여전히 부담이다.

EU 에너지 회사는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이전에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저장했지만, 전투 중인 국가에 가스를 저장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지난 주에 드니프로 강의 카호우카댐 폭발이 있었다. 지난해 크렘린궁은 가스 공급을 압박해 EU 에너지 시장에 대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저장고를 미사일로 공격할 수도 있다.

최근 댐 폭발은 물론 원전에서도 보았듯이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와 관련된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저장하려면 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을 낮춰야 한다.

위험에 따른 보험 비용이 발생하는 데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비축할 의향이 있을 정도의 가격 책정과 EU가 얼마나 보조금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문제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도 부족하다. 유럽의 스토리지 사이트는 빠르면 9월 초에 용량 제한에 도달할 것인데 그 이전까지 가스도 비축하고 연결한 파이프 라인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전망은 낙관적


문제점보다는 실제 이뤄졌을 때 기대되는 이익이 훨씬 크다. 이에 EU 집행 위원회는 “공공 기관이 발행한 보증이 우크라이나 가스 저장시설에 대해 지원할 수 있는지와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적극적이며 기꺼이 “사업에 동참하겠다”라는 입장이다.

전쟁 위험이 계속되고 미사일 공격 우려도 있지만, 안전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만큼 시설이 최전선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투자자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거래자는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간 투자자들은 EU와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정부 보증이 핵심이라고 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