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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4, 엔비디아가 선택했다… 메모리 공급 대란 2030년 이후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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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4, 엔비디아가 선택했다… 메모리 공급 대란 2030년 이후까지 간다

삼성, 천안 하이브리드 본딩 전용 라인 3월 착수… 엔비디아 요청으로 일정 앞당겨
파이슨 CEO "AI 서버가 D램·낸드 싹쓸이… 올 하반기부터 저가 브랜드 줄폐업"
AI 인프라가 팽창할수록 메모리 제조사의 몸값은 높아지고, 기술 경쟁의 승패가 수익성을 결정짓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인프라가 팽창할수록 메모리 제조사의 몸값은 높아지고, 기술 경쟁의 승패가 수익성을 결정짓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삼성전자가 오는 3월부터 충남 천안 캠퍼스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전용 하이브리드 본딩 라인 장비를 순차 도입한다. 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수요가 메모리 제조사의 기술 개발 방향과 속도를 직접 결정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세계 낸드 컨트롤러 1위 기업 파이슨(Phison)의 최고경영자(CEO)AI 서버 수요가 D·낸드 공급을 통째로 잠식하면서 2030년 이후까지 공급난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소식은 하나의 흐름을 가리킨다. AI 인프라가 팽창할수록 메모리 제조사의 몸값은 높아지고, 기술 경쟁의 승패가 수익성을 결정짓는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삼성, 엔비디아 요청에 천안 하이브리드 본딩 라인 앞당겨


디지타임스는 17(현지시각) 보도에서, 삼성전자가 천안 캠퍼스에 HBM4 전용 하이브리드 본딩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며 오는 3월부터 장비 반입과 성능 검증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 라인은 HBM4 양산을 1차 목표로 하며, 이후 HBM4E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소식통은 "삼성이 하이브리드 본딩 라인을 조기에 구축한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 사이에 있던 작은 돌기(범프)를 없애고 구리 배선을 직접 붙여 연결하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쉽게 말하면, 레고 블록을 이을 때 작은 연결 부품을 빼고 블록면을 바로 맞붙이는 것과 같다. 돌기가 없어지면 칩 간 간격이 줄고, 열이 덜 쌓이며, 데이터 전송 속도도 빨라진다. 삼성전자 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송재혁 사장은 최근 공개 행사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하면 열 저항을 2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으며, 현재 16단 이상 고적층 HBM 개발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12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 핀당 전송속도 11.7Gbps를 달성해 엔비디아 요구 기준인 10~11Gbps를 웃돌았다. 이날 삼성 주가는 6.44% 올라 178600원에 장을 마쳤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에 탑재될 HBM4 공급이 시작된 데 시장이 반응한 결과다.

다만 하이브리드 본딩이 당장 양산을 주도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열·압착(TC) 본딩 장비 대비 가격이 4배 이상 비싸고, 삼성전자의 현재 하이브리드 본딩 수율은 10% 안팎으로 낮다. 디지타임스는 "연구 단계의 성과를 양산 공정에서 안정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지, 수율·전력 소비·열 성능에서 구체적인 데이터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 검증 과제"라고 분석했다.

파이슨 CEO "AID램 다 잡아먹는다… 2030년 이후도 부족"


반도체 낸드 컨트롤러 업체 파이슨의 푸켄숑(K.S. Pua) CEO는 최근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QQ_Timmy 인용)에서 D·낸드 공급난이 2030년은 물론 1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테크 전문 매체 Wccftech17일 전했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반도체 생산 설비 예약 방식의 변화다. 통상 반도체 업계에서는 제조사가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나 구매자로부터 주문을 받은 뒤 생산에 들어가거나, 짧게는 수개월 치 선급금을 받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파운드리들이 무려 3년치 생산 용량 전체를 미리 선급금으로 받아야만 물량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식당이 손님에게 "3년 뒤 밥을 먹으려면 지금 당장 3년치 식대를 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CEO"반도체 전자 산업 역사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AI 서버 수요가 소비자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도 빨라지고 있다. CEO"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를 확보하지 못한 저마진 소비자 브랜드들이 제품 라인을 철수하거나 사업을 접는 구조조정이 대규모로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 '베라 루빈'ICMS 플랫폼과 고사양 메모리 요구 사양만으로도 세계 낸드 생산량의 20%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용 수요가 아직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이 수요가 폭발하면 충격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검증이 먼저… 하이브리드 본딩이 승부수 될 수 있을까


삼성전자의 천안 라인 구축과 파이슨 CEO의 공급난 경고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구조를 말한다. AI 수요가 메모리 시장을 '사는 쪽이 아니라 파는 쪽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에서 기술 우위를 가진 제조사는 가격 협상력도, 고객 선택권도 모두 손에 쥐게 된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남은 과제는 선명하다. 하이브리드 본딩을 연구실이 아닌 양산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느냐다. 현재 수율 10%는 제품을 만들어도 10개 중 1개만 쓸 수 있다는 의미로, 이 상태로는 대량 공급이 불가능하다. 디지타임스는 "HBM4 경쟁의 무게 중심이 이미 성능에서 납기 일정과 공정 안정성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가 오는 3월 장비 반입 후 얼마나 빠르게 고객사 인증을 받아내고 수율을 끌어올리느냐가, 공급자 우위의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이 얼마나 많은 몫을 가져갈 수 있는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