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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이나 재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활용 가능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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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이나 재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활용 가능성 커진다

EU, 2차 재건 회의서 활용 검토 논의 재개

러시아의 폭격으로 무너진 주택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의 폭격으로 무너진 주택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다시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천문학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결했던 러시아 자산 활용을 검토하자는 논의를 재개했다.

당초 이 아이디어는 2022년 7월 스위스 남부 루가노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1차 재건 회의’에서 나왔다. 이후 각종 논란으로 동력을 잃었다가 영국 런던에서 지난 21일(현지 시간) 열린 2차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서 다시 점화되었다.
이 이슈에 가장 적극적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의장은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사용해 우크라이나를 재건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으며 곧 제안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야기한 대규모 파괴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U 외교정책 수장인 조셉 보렐도 최근 바그너의 움직임에 실망을 언급한 가운데 러시아의 만행을 러시아의 동결 자금으로 해결하는 데 찬성 입장을 보였다.

1차와 2차 재건 회의를 통해 많은 국가와 국제기관, 기업들이 우크라이나의 재건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재정적자로 모두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전범 국가인 러시아 동결 자금을 활용하자는 데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EU와 G7 파트너는 제재 패키지의 일환으로 자국 영토에 약 3000억 유로(약 3280억 달러) 상당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차단했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략 4110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면서 러시아 동결 자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EU의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러시아 과두지배세력(oligarchy) 및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법 위반 논란과 EU에 미칠 신뢰도 하락과 러시아와의 긴장 확대, EU 경제 불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우크라이나를 재건하기 위해 러시아 공공자산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매우 견고한 법적 도구가 필요하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가 진행 중이며 EC가 곧 제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2차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서 “EU가 이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사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1분기에 약 7억3400만 유로 상당의 이자가 러시아의 제재 대상 자산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수익금을 사용하려면 복잡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압류하면 유로화 자산과 유로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왜냐하면,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채권 압류는 국제법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국제법은 국가 재산을 강제적으로 몰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에 반발해 소송과 보복을 야기할 수도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채권 압류는 유로존이 국제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채권 압류는 유로존의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유로존 주요 은행에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채권 압류는 유로존의 주요 은행에 재정적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어 유로존의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독일을 포함한 몇몇 회원국들은 이를 반대한 바 있다.

EC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두고 고민 중이라고 하는 만큼 곧 제시될 제안을 지켜봐야 한다.

런던 재건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경제 성장을 5년 이내 침공 전 흐름으로 돌리려면 민간투자 등 매년 500억 달러의 외국자본 유입이 필요하며, EU에서도 2024년부터 2027년까지 500억 유로의 추가 재정 지원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재건 외 언급된 이슈들


권위주의 진영에 대한 자유 진영의 단합된 힘에 대한 문제들이 거론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더 큰 독재 세력이 억제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될 때 촉발될 수 있는 글로벌 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EU와 일본의 안보협력 강화를 언급했다. 중국이라는 호전적인 강대국과 맞서 인도-태평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면 자유 진영의 결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EU는 일본을 아시아 핵심 파트너로 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7월 13일 브뤼셀에서 제29차 EU-일본 정상회담을 주최하고, 상호 전략적 파트너십을 점검할 계획이다.

그녀는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경제안보는 향후 관계가 더욱 깊어질 분야”라고 덧붙였다. 이것은 일본과의 정기적인 국방 및 안보 고위급 대화를 개최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다음 이슈는 대만이었다. 서방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단합한 반면, 주요 국가들은 대만 지원에 대해 침묵했다.

리창 총리의 프랑스와 독일 방문 여파가 작용한 탓도 있었다. 특히 EU의 양대 회원국 지도자들은 대만에 대한 공개 논의를 피했다.

그러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하나의 블록으로서 EU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무력에 의한 현상 유지의 일방적 변화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우리의 우선순위는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도록 모든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지난 4월 베이징을 방문하는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이슈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은 최근 몇 년 동안 인도-태평양에 해군 함정을 보냈다. 이탈리아의 최신 전함 프란체스코 모로시니(Francesco Morosini)는 인도-태평양 순회를 시작하고, 지난주 요코스카에 정박하여 27년 만에 일본 항구에 정박한 최초의 이탈리아 해군 자산이 되었다.

키신저는 글로벌 이슈에 대해 EU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이슈를 해결하는 데 그녀의 아이디어가 곧장 활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향후 정국에서 주목할 입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