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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우크라이나 가입 논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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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우크라이나 가입 논의 압박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가운데)이 10일(현지 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회동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가운데)이 10일(현지 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회동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마침내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했다. 그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해온 튀르키예가 나토 정상회담 하루 전날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선 직후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튀르키예의 지도자가 스웨덴의 가입 여부를 앙카라 의회에 전달하고 ‘비준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중립의 오랜 역사를 가진 북유럽의 스웨덴과 이웃 핀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본격적인 침공을 시작한 지 몇 달 후인 지난해 5월 나토 가입 의사를 밝혔다. 핀란드는 올해 4월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승인돼 공식적인 31번째 회원국이 됐다.

반면, 스웨덴은 나토 회원국 중 하나인 튀르키예가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가입이 지연되고 있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쿠르드족 무장 세력을 수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가입을 반대하는 데 몇 달을 보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신속한 비준을 진행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환영하면서 “이제 유럽-대서양 지역 방위와 억지력을 강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스웨덴을 32번째 나토 동맹국으로 환영한다”고 백악관 성명을 통해 밝혔다.

나토의 확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러시아 역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하지만 이제 스웨덴의 회원 가입이 확실시되면서 나토는 푸틴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통합 이슈를 다루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나토 정상회담이 단순히 무기와 탄약 지원을 논의하는 그 이상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10년 이상 나토 가입의 문을 두드려온 만큼,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 문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는 ‘약속’이 확정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가 빌뉴스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주기 원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8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는 조지아와 함께 미래에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약속을 들었지만, 무위로 끝났다. 이후 명확한 경로도 없고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었다.

이는 나토 확대를 위험시한 러시아를 자극했다.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고, 우크라이나도 2014년과 2022년에 공격을 받았다. 부쿠레슈티에서의 결정에 관여한 많은 미국 관리는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인정한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동유럽 동맹국 중 일부는 “이제 나토에서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에 대해 주저하지 말고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으며, (나토 가입이) 확정된 약속은 반격을 벌이는 전사들의 사기를 더 높이고, 푸틴의 사기를 꺾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초청하는 것이 오래전에 끝났다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나토 헌장의 핵심은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한 5조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이 집단방위 원칙이 러시아의 위협에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청한 국가가 현재 전쟁을 수행 중일 때는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입 신청이 나토에 즉시 가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고, 전쟁이 계속되면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며 “다만 가입이 언제 가능할지에 대한 명확한 일정을 꼭 약속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11일(현지 시간)부터 이틀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담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뿐 아니라 스웨덴의 가입으로 우크라이나의 회원 가입 의제가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현재 모든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의 가입 자체는 수긍하고 있지만, 전쟁 중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의 일부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조기 가입을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독일을 포함한 다른 회원국들은 자칫 세계전쟁으로의 확전에 대한 우려와 러시아를 궁지에 몰지 않기 위해 주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이 점을 모르지는 않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일 대변인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 가입 이슈는 EU 전체 안보 구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회원 가입이 러시아에 절대적인 위험이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에게 매우 확고하고 분명한 대응을 요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러시아의 위협을 의식해 우크라이나의 가입 논의 요청이 이번에도 무위로 그칠지, 아니면 전략적 논의를 거쳐 전쟁이 끝나면 가입 논의를 본격적으로 거론할지에 대해 나토 회원국들이 어떤 해법을 마련할 것인지 관심을 끈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논의는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사이의 갈등뿐 아니라 중국의 러시아 배후 지원, 중국의 대만 점령 이슈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복잡한 셈법이 작용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