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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모병 대란 속 ‘해병대’만 비교적 순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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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모병 대란 속 ‘해병대’만 비교적 순탄한 이유



미 해병대에 갓 입대한 신병들이 신병훈련소에서 교관의 지시에 따라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미 해병대이미지 확대보기
미 해병대에 갓 입대한 신병들이 신병훈련소에서 교관의 지시에 따라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미 해병대


세계 최강 군사대국으로 통하는 미국의 모병제가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신병 모집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오죽하면 미국 정치권에서도 미군의 신병 모집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마초(마리화나)를 핀 이력이 있는 지원자까지 지원이 가능하도록 입대 자격을 크게 완화하는 파격적인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을 정도다.
그러나 미 육군, 해군, 공군 가릴 것 없이 신병 모집이 미달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 해병대의 신병 모집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육‧해‧공군 모두 신병 모집 미달인데 해병대는 큰 차질 없어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육군‧해군‧공군의 올해 신병 모집 실적은 죄다 당초 계획에 미달할 것이 확실한 반면, 미 해병대만 당초 계획을 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 동부 지역의 해병대 신병 모집업무를 총괄하는 워커 필드 미 해병대 준장은 AP와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충원할 예정인 신병의 30%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올해 모병 목표를 달성하는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AP는 “해병대의 올해 신병 모집 규모는 3만3000명 수준으로 6만5000명을 뽑는 육군에 비하면 소규모인 것이 사실이지만, 신체검사 통과 기준이 까다롭다는 점 등 다른 군에 비해 입대의 장벽이 높은 편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미군에 사병으로 입대하려면 기본적으로 17~34세 사이의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여야 하고 ASVAB라는 이름의 입대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다른 군에서는 점수가 최소 31점 이상이어야 하나 해병대는 최저 점수가 35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모집 규모는 큰데 비해 지원자가 모자라 어려움을 더 겪는 미 육군과 해군의 경우 ASVAB 과락 점수를 낮추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놓으면서 신병 모집에 기를 쓰고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해병대만 달랐던 배경

필드 준장에 따르면 해병대의 모병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배경은 전선에서 가장 뛰어난 실적을 보여준 ‘베스트’ 해병대원을 모병 업무에 집중 투입하고, 모병 관련 인력을 대폭 확충한 것과 무관치 않다.

필드 준장은 “모집 인력을 크게 늘렸을 뿐 아니라 최고로 평가받는 병사들을 모병 업무에 투입한 결과 잠재적 입대 지원자들 가운데 해병대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중단됐던 미국 전역의 고등학생 대상 신병 모집 행사를 올들어 재개하면서 정예 해병대 병사들을 집중 투입한 것도 큰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병대는 규모가 작지만, 오히려 'The Few, The Proud'라는 해병대 구호가 말해주는 것처럼 선택된 소수정예 군으로서 명예를 강조하는 전략으로 예비 해병대원들에게 접근한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