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화 하락은 에너지 등 수입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2022년부터 2년 동안 가계의 부담이 거의 20만 엔(약 180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은 엔화의 구매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를 가격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 궤도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의 진짜 가치는 '실질 실효 환율'로 드러난다. 여러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물가 변동과 거래량을 고려해 산출하는 환율이다.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최근 7월 실효 환율은 74.31로 197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인 2022년 10월(73.7)과 거의 일치했다. 1달러당 360엔의 고정환율제도가 있던 시절과 같은 수준이다.
물가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태에서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로 인한 엔화 가치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달러 대비 엔화는 29일 일시적으로 1달러당 147엔을 기록해 9개월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 가구당 부담액의 증가
구매력 감소의 영향은 수입에서 더 두드러졌다. 엔화 기준 수입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엔화 가치 하락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1년 말보다 여전히 10% 높다. 휘발유 가격과 같은 에너지 가격 외에도 식음료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미즈호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스(Mizuho Research & Technologies)에 따르면 엔화가 달러당 145엔 정도로 움직이면 2022년 이후 2년 동안 가구당 부담해야 할 돈은 총 18.8만 엔(약 17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 정부의 전기·가스 요금 지원과 휘발유 가격 억제 등 고물가 대책이 10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물가 대책이 없을 경우 부담 증가는 20만 엔을 넘기게 된다.
사카이 사이스케 미즈호 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저소득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의 슈퍼마켓에서 다양한 품목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판매 데이터를 수집하는 닛케이 POS(Point of Sales Management)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우유는 8%, 버터는 10% 상승했다.
이 밖에도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 사료 가격 상승은 매장 가격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탈리아산 파스타가 28% 인상되는 등 유럽에서 수입한 제품의 가격도 눈에 띈다.
엔화의 실질 실효 환율은 1995년 4월에 가장 높았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엔화의 구매력은 60%나 감소했다. 약 30년 동안 디플레이션과 낮은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요국 중 단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 임금 인상 효과
미국 맥도날드의 '빅맥' 가격을 비교해 각 통화의 강세를 측정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빅맥 지수'에 따르면 일본의 현재 가격은 개당 450엔(약 4060원)으로 1995년 4월에 비해 15%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개당 2.4배 상승한 5.58달러(약 7365원)를 기록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엔화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달러 대비 약 20엔 하락했지만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수출량은 도리어 3% 감소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1년 일본 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은 26%로 지난 20년 전에 비해 약 2배에 달했다.
수입 가격이 상승한 반면 수출은 늘어나지 못하고 있어 외국과의 무역에서 돈을 쉽게 벌 수 있음을 나타내는 ‘무역 조건’은 1995년 4월에 비해 약 48% 악화됐다.
수출에 비해 수입비용이 높은 상황에서는 국내의 자산이 해외로 유출되기 쉬운, 즉 엔저가 진행되기 쉬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변화의 조짐이 있긴 하다. 최근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넘어섰고, 기업들은 눈에 띄게 임금 인상을 강화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종식을 예상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하에서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생산성 향상에 노력할 수밖에 없다"(영국 케이건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 나카가와 시게히사)며 일본 기업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높은 가격과 임금을 실현할 수 있다면 소비가 증가하고 투자 대상으로서 일본의 매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가 증가하면 지속적인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엔화는 다시 강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