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피임 실패나 성폭력과 같은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응급 피임약을 판매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2024년 3월까지 실험적으로 제도를 운용해 결과에 따라 실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피임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애프터 피임약으로도 알려진 응급 피임법은 197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되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예상치 못한 임신의 위험이 있는 모든 여성은 응급 피임법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일본에서는 노르레보가 2011년 처방약으로 승인됐다. 연령 제한은 없지만 현재 일부 의사는 이 약의 사용을 15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노르레보는 주로 배란을 억제하거나 지연시키는 여성 호르몬의 일종인 임신 촉진 호르몬으로 구성돼 있다. 성행위를 한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임신을 피할 확률은 약 90%라고 알려져 있다.
빨리 복용할수록 효능이 높아져 일부 국가의 약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으나 일본에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피임약을 복용하려면 의사의 진찰과 처방전이 필요하며, 야간이나 휴일에는 구하기 어려운 지역도 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탓에 진찰료와 약료를 포함하여 약 1만 엔(약 9만 원)~2만 엔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본 가족 협회 회장인 키타무라 쿠니오는 "일본은 피임에 대한 이니셔티브에 있어서 세계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에서 피임약의 상용화를 요구하는 의견은 꽤 오래됐다. 2017년엔 후생 노동성 연구회에서 의제로 다루어졌다. 하지만 투표 결과 "성적 학대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