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UAW 피켓 라인 동참, 파업 장기화하면 궁지에 몰릴 수 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의 전미자동차노조(UAW)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을 찾아 출근 저지 투쟁에 동참하는 ‘정치적 도박’을 강행한다. 워싱턴 포스트(WP)는 24일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노동자 파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최근 100년 사이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연설한다.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은 이날 CNN의 시사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언제나 미국 노동자의 편에 서 왔다”면서 “이번에 강력한 합의가 마련되면 노사 양측이 서로 윈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도 “바이든 대통령은 UAW의 대선 지지가 필요하고, 이번에 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차기 대선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표심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 언론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민주, 공화당이 블루칼라 노동자들과 동맹을 맺으려고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노동자, 공화당은 기업 편을 들어왔다. 그러나 트럼프 등장 이후 이런 기본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트럼프가 블루칼라인 저학력, 저소득 백인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은 고학력자와 비백인이다. 악시오스는 “갈수록 많은 블루칼라 유권자가 공화당 지지층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디트로이트 방문 계획을 밝히자 서둘러 UAW 파업 현장을 찾는다. 만약 UAW 파업 시위가 장기화하고, 이에 따라 미국 경제 사정이 악화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악시오스가 지적했다.
트럼프는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 공장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그렇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는 바이든과 블루칼라 간 틈새를 파고들려고 한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노조 조합원 유권자층에서 43% 대 51%로 밀렸으나 그 차이가 8% 포인트에 그쳐 최종 승리했다. 그렇지만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40%대 56%로 16% 포인트가 밀려 패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디트로이트에 정부 당국자들을 파견해 양측간 협상을 지원하려다가 이 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진 스펄링 백악관 고문과 줄리 수 노동부 장관 대행이 워싱턴 DC에 머무르면서 노사 협상 진행 경과를 점검하고 있다. 백악관은 노사 양측이 활발하게 협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전환과 UAW 지지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그는 기존 내연 기관차 대신 전기차 생산을 늘려 청정에너지 경제를 실현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전기차 전환이 이뤄지면 기존 완성차 업체에서 인력의 3분의 1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UAW는 일자리 지키기에 나섰다.
UAW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 미국 대형 노조 중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밝힌 곳은 17개라고 전했다. 미국 최대 규모 노조인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미국노총)는 총회를 거쳐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1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원노조인 미국교사연맹(AFT)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공식화했다. 전미지방공무원노조연맹(AFSCME)도 일자리 창출, 인프라 법, 처방약가 인하 조치 등을 이유로 바이든을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