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경쟁으로 보는 미·중 갈등을 줄이기 위해 만나는 것이어서 기대가 컸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모닝 컨설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적대적으로 보는 중국 성인의 비율은 4월 이후 9%포인트 감소했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13%만이 중국에 대한 공격적인 접근을 원했다. 반면, 대다수는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에서 공개적인 갈등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유권자들이 경제난을 감안할 때 “지금은 대화의 시간”이라고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여론 변화에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시진핑 주석과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두 강대국이 갈등보다는 대화를 선택했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해석돼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세계 양대 지도자는 10년 넘게 서로를 알고 지냈으며, 2021년 1월 바이든의 취임 이후 6차례 전화 통화를 비롯해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직접 만난 적은 단 한 번이며, 시진핑은 2017년 이후에 미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세기의 주목을 받는 두 정상의 회담 목적에 대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그간 치열한 경쟁이 갈등으로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것에 있다고 미국이나 중국 모두 분명히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은 기자들에게 회담의 목적은 “위기가 있을 때 전화를 받고 서로 대화할 수 있고, 우리 군이 여전히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정상적인 통신 과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시장에서도 양국 정부가 그간 조성된 불신을 메우고 신뢰를 재설정하거나 서로를 보는 방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대타협을 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중 긴장 완화와 진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중장기적인 변화, 근본적 변화로 보지 않고 대부분 일시적인 것으로 본다. 양국 간 견해 차이가 커서 한 번의 만남으로 돌파구가 나올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만남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며,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양국 정상이 직접 대화하고, 갈등 해소를 위한 진전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도 당장에는 없다. 중국도 더 도발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여지를 확인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미국 대선에 중국이 개입하지 않도록 협조를 구했을 것이다.
두 정상이 다룬 의제는 중동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과 러시아 관계, 대만, 인권, 인공지능(AI), ‘공정한’ 무역과 경제 관계 등 글로벌 핵심 이슈가 되었을 것이다. 작게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 나아가 양대 강대국으로 세계 질서에 대한 공동의 책임과 의무를 논의했다.
서로 견해가 다른 골치 아픈 주제에 대해서는 차이를 인정하고, 교감할 수 있는 의제에서는 합의를 도출했다.
바이든은 시진핑에게 대만과 남중국해·동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압력에 맞서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 지역에서 충돌 방지를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구체적인 결과를 찾고 있으며, 중국과의 군사 관계를 재수립하고, 미국에 재앙이 되는 아편 성분을 함유한 펜타닐의 거래를 막는 데 진전을 보려고 했다.
시진핑은 이에 대해 2024년 초 대만 선거 이후 독립 지지 세력을 장려하는 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도록 미국의 약속을 구하고, 관세와 수출 통제를 완화하도록 설득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치열한 경쟁이 갈등으로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고, 양국이 양보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다음 만남을 통해 해결하기로 한 것은 부분적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정책 전문가들은 양국이 의사소통을 강화한 것을 볼 때 언론인 비자에 대한 제한을 완화한 것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회의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시장은 양국 정부 간 의사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것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21개 APEC 회원국과 세계는 미·중 긴장 완화와 진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다만, 개선은 일시적일 수 있다고 본다. 내년 초 대만 선거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복귀를 가져올 수 있는 선택을 앞두고 있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한 해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