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 1년에 걸친 고위급 협상 끝에 마침내 15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면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번 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포럼의 일환으로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있는 사유지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만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회의 이후 첫 직접 회담이자 시진핑 주석의 6년 만의 미국 방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중국 군부와의 소통 복원이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단절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 기업의 우려를 감안해 “우리는 중국과 분리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관계를 더 좋게 바꾸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두 정상은 골치 아픈 주제보다는 대화의 복원, 큰 비용이 들지 않는 더 작고 가시적인 승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역사적 만남의 결과
시진핑 주석 등장 이후 미·중 관계는 항상 긴장 상태였다. 시진핑이 미국에 새로운 관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후 잘 알다시피 미·중 관계는 악화되고, 중국의 경제는 엉망이 되었다.
시진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에 매진하고 있지만, 미국의 협력 없이는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함을 깨닫고 있다. 자기의 5년 3기 임기 안에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다.
시진핑은 “코로나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며 “동력은 여전히 부진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은 여전히 교란과 보호무역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국이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고, 한쪽이 다른 쪽을 개조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며 “충돌과 대치는 모두가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자력 경제 회복을 내세우지만, 미국과의 협력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 자신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중국 공산당에도 당장 무리가 되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양보하고, 미국에도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한 반면, 중국의 안보 및 국익과 결합된 주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양국은 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사전 합의했다. 행사 전에 이미 미국의 펜타닐 금지 요구 수용,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에 합의했다. 또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핵의 지휘통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포럼도 설립하기로 했다.
다만, 의제로 오른 모든 논의 사항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진핑은 대만을 방어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단호하게 반대했다. 또한, 중국의 위구르족과 티베트인들에 대한 인권 유린을 다루라는 바이든의 요구를 거부했다.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초미의 현안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 지원을 중단하는 문제와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를 보였다.
한 번의 만남으로 서로 대치하는 의제에 합의를 구할 수는 없다. 마주 앉아 얼굴을 맞대고 4시간 정도 대화를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면 성과다.
이번 회담이 미·중 경제 갈등 해소와 전 세계 경제 회복, 공급망 복원에 대해 어떤 시그널을 준 것인지는 시장이 보여준다. 일단 주가가 내리지 않고 어느 정도 올랐다. 긍정적이지만, 대환영할 수준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긍정적으로 본 것은 먼저, 대화 채널이 복원됨으로써 양국 간 갈등과 분쟁을 관리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미·중 경제 갈등의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근원적 해결은 아니지만, 대화를 복원한 것에 점수를 주었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대화 채널 복원 노력이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둘째, 양국이 펜타닐 금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협력 등에서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전 세계 경제 회복과 공급망 복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펜타닐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중국 정부가 펜타닐을 금지하기로 한 것은 전 세계적인 펜타닐 유통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고, AI 프로그램 협력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산업화 그리고 공급망 복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시진핑이 미국의 주요 CEO를 초청한 만찬에서 중국 시장 개방 확대와 투자 유치를 위한 보다 진전된 안을 발표할 경우 시장은 환호할 수 있다.
물론, 양국이 합의한 사항이나 시진핑의 미국 기업 대상 발언은 모두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후속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는 안보 이슈와 서로 연결돼 있다. 대만 문제, 인권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여전히 두 나라가 견해 차이를 보여 경제 회복에 대한 기여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