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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우 전쟁에 이‧팔 전쟁까지…모병제 흔들리는 미국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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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우 전쟁에 이‧팔 전쟁까지…모병제 흔들리는 미국의 고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에 대응해 헌재 동지중해에 급파돼 있는 미국의 핵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에 대응해 헌재 동지중해에 급파돼 있는 미국의 핵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사진=로이터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한 초강대국이다.

유럽에서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에서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에도 개입할 수 있을 정도, 두 곳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전쟁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런 미국에도 한 가지 취약점이 있다. 모병제를 기반으로 군대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병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병제는 자원한 국민으로 군 병력을 충원하는 시스템이란 점에서 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와 다르게 군인을 직업으로 갖기 위해 자원하는 국민이 심각하게 줄어들 경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미국의 모병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미 감지됐다. 미군의 신병 모집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충원할 계획이었던 신병 가운데 무려 25%, 즉 1만5000명을 모집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군의 신병 모집이 이처럼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근본적인 배경으로 미국인들 사이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있는 문제가 지적됐다.

미국 사회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미군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지는 미증유의 사태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美 유권자 72% “큰 전쟁 터져도 나라 위해 싸울 생각 없어”


뉴스위크는 “조국을 위해 싸우려는 미국인이 이처럼 크게 줄어든 현상은 신세대의 사고방식과 직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 첫째 근거로 제시된 것은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지난 6월 실시한 조사에서 사실은 미군에 대한 미국 국민의 신뢰도가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어 확인된 중요한 점은 첫 번째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여론조사업체 에셜론 인사이츠가 지난달 미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큰 규모의 전쟁에 미국이 개입해 병력 충원이 필요할 경우 군에 입대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무려 72%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나라를 위해 입대하겠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이 조사 결과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있은 뒤 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올해 들어 미 육군, 미 공군, 미 해군 가릴 것 없이 죄다 신병 모집을 진행했으나 목표한 실적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과 해군은 공히 1만 명가량 모집하는 데 실패했고, 해군은 약 6000명이 모자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군의 신병 모집 실적은 1987년부터 하락세를 그려 그 이전 시기 대비 무려 39%나 모자라게 병력을 충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 전쟁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어 대만 전쟁까지 터지면 아찔”


뉴스위크는 미군 병력이 대거 투입돼야 하는 대규모 전쟁이 앞으로 지구촌에서 터질 경우 미국이 지금까지 세계 질서 유지를 위해 해왔던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게 하는 매우 심각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미 해병대 모병관으로 활동하는 저스틴 헨더슨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까지 겹쳤는데 중국의 도발로 대만에서도 대규모 전쟁이 터질 경우 미국이 어떻게 동시다발로 터진 전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터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응해 미국이 세계 최강의 항공모함 전단을 두 개나 이스라엘 앞바다에 투입해 놓은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면서 “이 말은 미군이 사실상 하마스가 일으킨 전쟁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미 해군 잠수함 함장으로 복무한 미국신안보센터(CNAS)의 톰 슈가트 선임연구원 역시 모병제가 지금처럼 파행을 거듭할 경우 미군이 주요 군사 분쟁을 관리하는 데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슈가트 연구원은 “육군 보병의 경우 그나마 훈련기간이 짧은 편이어서 문제가 덜 하지만 잠수함 부대나 전투기 부대에 배치할 병력을 훈련시키는 데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린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전쟁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터지면 미군의 대응력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