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대도시·중소도시 양극화 심화 계속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대도시와 중소도시로 양극화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가 이어지지만, 중소도시에서는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 통계국이 16일 발표한 10월 주요 70개 도시의 신축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심천의 ‘1급 도시’는 평균으로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했다. 성도급 ‘2급 도시’도 0.3% 올랐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그 이하의 ‘3급 도시’는 1.5% 하락했다. 도시의 규모가 작을수록 하락률이 더 강했다.

1급 도시의 판매 호조에는 배경에 있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지수연구원이 조사한 10월 신축거래 면적을 보면 1급 도시는 전년 동월 대비 1% 늘었지만, 2급 도시는 5% 감소하고, 그 이하의 중소도시에서는 전년 동월보다 25%나 적었다. 이는 수요 차에 따라 형성됐다.

이처럼, 중소도시에 부동산 시장 침체의 여파로 재고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1월부터 10월까지 신축 재고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중소도시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을 미치고 있다. 중소도시의 경우 부동산 이외에 눈에 띄는 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을 대표하는 대도시는 인구 유입이 이어지며 원래 잠재적인 주택 구입 수요가 크다. 반대로 인구가 떠나고, 경제 성장도 늦어지는 중소도시는 주택 판매 속도가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역 격차 확대는 중국 정부 부동산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 공산당은 7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의 합리화’를 내세웠다.

이후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 등이 자극책으로 구매액에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조정하고, 기존 주택을 매각하고 새로운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모기지 금리를 인하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15일 첫 번째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최소 20%로 인하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경제 규모가 큰 7개 도시는 최저 30~35%였다. 이것을 20%로 낮춰 대도시 주택 구매 수요를 더 늘리는 현상을 초래했다.

이는 대도시에서 주택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양극화를 더 심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주택담보대출 비율 등의 인하 외에 정부가 중저소득자용 주택 건설을 촉진한 것도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불황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금융완화로 넘치는 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 주택 가격을 한층 높였다. 정부는 주택환경을 개선하는 일환으로 중저소득자를 위한 저렴한 주택건설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특히, 인구 유입이 이어지는 대도시 정비에 힘을 쏟았다. 대도시에 저렴한 주택이 정비되자 중저소득자들도 집을 살 때 주변 위성도시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다.

대도시에 중저소득자용 주택이 건설되면, 대도시 주변 베드타운 수요가 줄고 중저소득자들은 교통과 취업이 쉬운 대도시로 몰려들게 됐다.

실제, 중저소득자들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 광저우나 심천 등의 위성도시에서는 30~40% 낮춰 판매해도 구매자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 3년 동안 계속된 엄격한 코로나 경제봉쇄 활동도 대도시에서 주택의 구매 수요를 늘렸다. 당시 감염 확대 방지책은 도시마다 다르고 위성도시에서 감염자가 발견되면 위성도시 주민들은 대도시로의 이동이 제한됐다.

이에, 대도시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할 수 없게 될 위험이 닥치자 위성도시 주택 구입을 피했다.

중국의 부동산 불황은 코로나 이후 계속되고 있지만, 중소도시에서는 출구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지방 정부도 개발기업에 국유지 사용권을 파는 토지 수입이 계속 줄고 있다. 중소도시의 경제 회복은 대도시보다 느리고, 재정 상태도 좋지 않아 회복이 더 느려지고 있어, 대도시와 지방 중소도시 사이의 부동산 양극화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대도시 신축 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했지만, 중소도시에서는 1.5% 하락했다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은 불황 상태에 있으며, 중국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소도시에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해소하고 중소도시의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구 유입을 늘리고,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도시에 큰 투자를 할 경우 소비가 부진하면 모두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칫 부실이 부실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