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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웨덴법인 사태로 시험대 오른 머스크의 '무노조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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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웨덴법인 사태로 시험대 오른 머스크의 '무노조 경영'


반테슬라 동조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스웨덴 금속노조(IF메탈)의 한 간부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테슬라 서비스센터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IF메탈이미지 확대보기
반테슬라 동조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스웨덴 금속노조(IF메탈)의 한 간부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테슬라 서비스센터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IF메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고수해 온 무노조 경영 원칙이 지난 2003년 테슬라 창업 이후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

스웨덴법인 소속 직원들의 단체협약 체결 요구로 촉발된 스웨덴 노동단체들의 동조 파업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테슬라 경영진이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고 나선 가운데 이같은 전략 자체가 오히려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국민 58% “반테슬라 연대파업 정당”


머스크 CEO가 “미친 짓”이라는 극언까지 써가며 깎아내리는 등 테슬라는 스웨덴법인 노동자들의 단체협약 체결 요구로 시작된 스웨덴 노조들의 연대파업에도 물러서지 않고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스웨덴법인 사태의 추이는 테슬라에 결코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양상이다.

사태가 불거진 지 2개월이나 흐른 가운데 스웨덴의 여론은 반테슬라 연대파업을 진행 중인 스웨덴 노동단체들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웨덴 유력 일간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가 여론조사업체 노부스에 의뢰해 최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스웨덴 국민의 58%가 반테슬라 연대파업이 정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테슬라 연대파업이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2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0명도 안 되는 테슬라 스웨덴법인 직원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웨덴 노조들뿐 아니라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의 이웃 나라들에서도 동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테슬라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테슬라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미국 내 사업장에서가 아니라 해외 사업장에서 불거진 반테슬라 파업으로 흔들리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법인은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테슬라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테슬라 경영진이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는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테슬라의 스웨덴법인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은 대부분 서비스센터 소속으로 200명에도 못 미치는 규모일 뿐 아니라 스웨덴에는 기가팩토리로 불리는 테슬라 공장도 없고 생산직 근로자들도 없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따라서 스웨덴법인 사태로 테슬라의 사업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그러나 사업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테슬라의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테슬라가 강경 대응 이어가는 이유


라르스 칼름포르스 스웨덴 스톡홀름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스웨덴에서는 근로자의 약 85%가 단체협약을 통해 정해진 근로환경에 따라 일하고 있을 정도로 단체협약이 일반화돼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 스웨덴법인 소속 근로자들이 단체협약 요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스웨덴의 노사분규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인 것도 바로 이같은 배경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테슬라 경영진 입장에서는 스웨덴 사업장의 이같은 특성을 굳이 외면하고 강경 대응하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칼롬포르스 교수는 분석했다.

13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 근로자들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테슬라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으나 머스크의 무노조 경영 원칙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업장이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에서 스웨덴법인 근로자들의 단체협약 체결 요구에 응하면 다른 지역의 사업장, 즉 최대 사업장인 미국에서도 들불처럼 단체협약 체결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칼롬포르스 교수는 “따라서 스웨덴법인 노동자들의 요구가 아니라 지역으로까지 단체협약 체결 목소리가 번지는 것이 테슬라 경영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웨덴 노동계 입장에서도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예외적인 사례로 남을 경우 향후 스웨덴의 노사 관계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반테슬라 동조 파업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댄 아이브스 “결국 테슬라 미국 사업장으로 번질 것”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이자 IT 전문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스웨덴에서 시작된 반테슬라 파업 사태가 결국 테슬라의 미국 사업장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투자노트에서 “테슬라 경영진은 스웨덴 사태가 번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미국 3대 완성차업체들을 대상으로 파업을 벌여 완승을 거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는 테슬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웨덴법인 사태가 미국 사업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UAW가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극 개입하고 나서면서 UAW와 테슬라 간 분규로 사태가 확산되는 상황이 앞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아이브스는 “테슬라가 스웨덴법인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이유는 그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지역의 테슬라 사업장에서 노조 추진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