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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업들, 중국 생산기지 이탈에 장애요인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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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업들, 중국 생산기지 이탈에 장애요인 많아

중국 구이저우성 쭌이의 한 공장에서 직원들이 휴대폰용 유리 패널 생산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구이저우성 쭌이의 한 공장에서 직원들이 휴대폰용 유리 패널 생산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의 기업들이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의 생산시설을 동유럽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있어 더 확산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대한 투자 축소와 투자한 생산시설의 철수 등은 주로 안보적 이유로 중국 의존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에너지, 환경, 중국에 구축된 제조업 공급망과 생태계의 효율성, 노동력 문제 등으로 기업들은 투자 축소와 이탈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안보와 직결되는 기업이나 산업 분야는 투자 축소나 생산기지 철수에 대해 공감대가 크지만, 다른 분야 특히,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없는 기업이나 산업 분야에서는 중국 투자를 줄이거나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에 소극적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업 차원에서 경영의 효율성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결정이지만, 자칫 유럽(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사이의 갈등이 계속 수습되지 않으면, 중국에서 자유 진영을 비판하는 논리인 “정치 논리를 앞세운 시장경제 질서 파괴”라는 비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EU의 중국에 대한 거리 두기


유럽투자은행(EIB)에 따르면, 2022년 EU의 중국 투자액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170억 유로에 그쳤다.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유럽의 중국 투자액 감소는 미·중 갈등과 EU의 중국 인식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지켜보면서 유럽은 중국에 대한 투자 위험을 인식하게 되었고, 중국의 인권 탄압과 기술 유출 우려 등으로 중국을 ‘구조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투자 재검토와 주요 기업의 철수를 유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중국의 태도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나타나는 현상


안보 논리에 따른 중국에 대한 투자 축소나 철회의 당위성은 지지받고 있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경제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투자 증대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투자는 진행 중이며 철수하는 흐름은 기 투자한 부분의 전반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없다는 경제적 논리와 중국 시장의 이점 때문이다.

우선, 에너지와 환경 문제다. 유럽에서 e-모빌리티용 배터리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은 EU 위원회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다. 그러나 이는 현장에서 에너지 문제가 거론된다. 현재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올라 에너지 가격이 중국보다 비싸다. 유럽 기업이 생산하는 배터리 가격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유럽 현지에서 공장 건설은 지하수 문제와 소음, 환경 문제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촉발하고 있다. 공장을 건설하는데 지하수는 필수적이고, 생산 과정에 소음도 불가피하다. 특히, 환경 오염 규제 문제로 공장 건설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모두 비용이고 경쟁력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다음으로 유럽의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기 힘든 이유는 우수한 중국 제조업 공급망과 생태계의 효율성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조업 전체 공급망이 구축되어 있다. 여전히 “세계의 공장'으로서 기능을 갖고 있다. 모든 것에 특화된 클러스터가 있어, 시간, 비용에 유리하다.

특화된 클러스터는 특정 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한 곳에서 제공하므로,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노동력도 문제다. 노동력은 생산시설 이전의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다. 동유럽 국가의 제조 비용은 중국보다 다소 저렴하고, 노동력도 고학력자가 많아 우수하지만, 문제는 이 노동자들이 현장 근무를 기피한다는 점이다. 작업 품질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도 사람들은 공장보다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며, 이는 노동력 부족을 야기한다. 사람을 구하려면 더 많은 돈을 줘야 한다. 이는 기업에게는 추가 비용이다.

이에, 유럽 기업들은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동유럽으로 옮기는 것은 점점 더 꺼려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EU위원회가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면 재정이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는 투자할 곳이 많은 EU 재정에 부담이 된다. 비용을 투입하는 데 반해 과연 효율적일 것인가에 대한 물음도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이에, 유럽의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흐름은 안보와 필수적으로 연결된 기업이 아닌 경우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