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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게임' 리튬 시장, 중국 vs 캐나다 구도로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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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게임' 리튬 시장, 중국 vs 캐나다 구도로 좁혀진다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캐나다가 중국에 맞설 공급망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캐나다 광산 기업 바이탈메탈의 서스캐처원주 새스커툰 희토류 광산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캐나다가 중국에 맞설 공급망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캐나다 광산 기업 바이탈메탈의 서스캐처원주 새스커툰 희토류 광산 모습. 사진=로이터
전기차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의 가격이 한창때의 6분의 1 수준까지 급락하며 관련 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리튬 시장의 중심이 중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리튬 공급망에서 자국의 비중을 더욱 공고히 하고, 주도권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내내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리튬 생산량을 유지하며 업계 전반에 ‘치킨 게임’을 강요해 왔다.
지난해 12월 리튬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1톤(t)당 10만 위안(약 1800만원) 이하로 떨어지자 비로소 일부 중국 리튬 회사들이 감산에 나섰지만, 이미 세계 최대 규모 리튬 산지가 몰려 있는 호주나 남미 지역 광산 업체들은 급락한 리튬 가격을 버티지 못하고 조업을 중단하거나 광산을 폐쇄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중국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고 해외 리튬 광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저장 회유, 시노마인, 청신 리튬 등 자국 리튬 기업들을 통해 지난해 짐바브웨의 141개 리튬 프로젝트에 약 4억 달러(약 52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미 현지 일부 광산에 리튬 가공 공장까지 완공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또 중국은 짐바브웨 외에도 나미비아, 말리,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에도 현지 리튬 광산 개발을 위해 2022년부터 약 45억 달러(약 5조9000억원)를 투자했다.

중국의 또 다른 리튬 대기업 간펑리튬, 톈치리튬 등도 경영난으로 매물로 나온 호주와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의 리튬 광산들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는 식으로 해외 광산들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오는 2025년까지 중국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리튬을 비롯한 중국산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핵심원자재법(CRMA)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은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 지원과 값싼 자국산 배터리를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과 경쟁하려면 마찬가지로 저렴한 중국산 리튬 원료와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캐나다가 중국에 맞설 리튬 및 배터리 및 핵심 소재의 새로운 공급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캐나다는 중국 못지않게 리튬과 코발트, 흑연, 니켈 등의 핵심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리튬 매장량만 세계 6위를 자랑하는데다 니켈과 코발트 매장량도 각각 10위권 이내에 든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새로운 경제 동력으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와 더불어 자국뿐 아니라 해외 민간 자본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한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미국 최대 리튬 기업 앨버말은 지난해 8월 캐나다 리튬 개발업체인 패트리엇 배터리의 지분 5%를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스코퓨처엠, 포드와 SK온·에코프로비엠 등은 퀘벡주에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일본 미쓰비시는 캐나다 광산업체 프런티어 리튬과 손잡고 온타리오주 리튬 광산 개발에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해부터 캐나다의 광물 기업 아발론, 스노우레이크로부터 리튬 원재료인 수산화리튬을 공급받고 있으며, 포스코홀딩스는 앨버타주 폐광산에서 나오는 ‘유전염수’에서 리튬 추출에 나선다.

캐나다 정부는 이러한 자국 내 광산 개발 및 배터리 공장 설립을 통해 관련 산업 규모가 2030년까지 연간 480억 캐나다달러(약 4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의 든든한 협력국이자 인접국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갖춘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에 리튬을 비롯한 핵심 광물과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까지 갖췄다. 해외 기업들도 미국 정부의 IRA 보조금 혜택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만큼 현지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향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중국산 광물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심화할수록 핵심 공급망으로서 캐나다의 입지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