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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 산업에 심대한 파장 미칠 배기가스 감축 규정 최종안 수일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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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 산업에 심대한 파장 미칠 배기가스 감축 규정 최종안 수일내 발표

2032년까지 전기차 비율 67% 상향 유지하되 연도별 탄소 배출 의무 완화

미국 환경보호청( EPA)이 수일 내에 자동차 배기가스와 관한 새 규정을 확정해 발표한다. 사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에서 자동차들이 달리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환경보호청( EPA)이 수일 내에 자동차 배기가스와 관한 새 규정을 확정해 발표한다. 사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에서 자동차들이 달리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수일 내에 자동차 배출 가스 기준에 관한 새 규정을 확정해 발표한다. EPA는 지난해 4월 발표했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정 초안에 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내주 중에 최종안을 공개한다고 미국 언론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새 규정은 자동차 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원안보다는 그 내용을 완화했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조처를 담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EPA 배기가스 규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전기차 전환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존에 제시했던 2032년까지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3분의 2(67%)를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수정하지는 않으면서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으로 최종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EPA는 2032년까지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 목표를 바꾸지 않으면서 자동차 제조업체가 지켜야 할 연도별 목표치를 완화함으로써 자동차 배출 온실가스가 늘어날 수 있도록 했다. 컨설팅 기업 ERM의 분석에 따르면 EPA가 애초 2026년부터 2040년까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15억 메트릭톤으로 설정했으나 최종안에는 이보다 1억 7100만 메트릭톤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했다.

바이든 정부는 자동차 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해 오는 2032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하고, 2030년까지는 전기차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었다. EPA는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차량의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 허용량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에 따라 휘발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 기관 자동차 대신에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전환에 따른 자동차 업계의 고용 불안 등을 의식해 자동차 업계에 준비할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32년까지 67%라는 목표를 유지하는 대신에 2030년까지 배출가스 기준을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2030년 이후부터 기준을 대폭 올려 전기차 보급을 한꺼번에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할 것으로 뉴욕 타임스(NYT)가 분석했다.

자동차혁신연합(AAI)은 EPA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EPA의 배기가스 감축 규정이 차량 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축소할 것이며 미국 국민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혁신연합은 내연 기관 차량에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배기가스 감축 규칙 대신에 2030년까지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유지하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전기차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동차혁신연합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BMW그룹, 현대자동차, 토요타 등 42개 완성차 업체가 가입한 단체다. 이들이 연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97%를 생산한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회원사가 아니다.

EPA는 지난해 4월 2027년부터 2032년에 생산된 승용차·픽업트럭의 배기가스 배출 허용량을 연평균 13%씩 감축하는 초안을 공개했었다. 이 초안에 따르면 2032년식 차량의 평균 배기가스 배출량은 마일(1.6㎞)당 82g으로 제한된다. 이는 2026년식 대비 56% 줄어드는 것으로 총 70억 톤(t)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배기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생산해야 한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전기차 전환이 이뤄지면 기존 완성차 업체에서 인력의 3분의 1가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 압력을 가해왔다. 미국에서 약 40만 명의 노조원이 가입된 UAW가 연말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의 빅3 완성차 업체는 전국에 충전소를 늘리고, 전기차 생산 단가를 낮추려면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을 미 정부 측에 전달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