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과 일본의 규제 개혁이 만든 새로운 투자 기회 열려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의 일본 진출이 글로벌 벤처캐피털 시장에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와 일본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맞물려 벤처캐피털 시장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있으며, 아시아 기술 생태계 중심축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15일(현지시각) 닛케이에서 보도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기회가 된다.
◇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 변화와 a16z의 전략적 진출
2023년 10월 벤 호로위츠는 닛케이와 한 인터뷰에서 언급한 일본의 잠재력이 2024년 8월 실제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개혁과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일본 정부의 5개년 계획에 따른 세제 혜택 확대, 규제 완화 그리고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이 주요 배경이 되었다.
a16z는 일본을 단순한 자금 조달처가 아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고 있다. NTT 그룹, 도키오 마린 등 일본 대기업들과의 협력은 단기적인 자금 조달을 넘어 장기적인 시장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a16z는 세계적 기업들을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일본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a16z의 투자는 다른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 추가적인 투자 유치를 용이하게 하고, 실리콘밸리식 혁신 문화와 빠른 의사결정 방식을 일본의 기업에 전파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는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에 글로벌 수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제공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글로벌 지정학적 변화와 벤처캐피털 시장의 재편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는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투자전략 변화를 촉발했다. a16z의 일본 진출은 이런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중국에 집중됐던 아시아 투자가 일본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아시아 기술 생태계의 새로운 균형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투자전략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CB 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스타트업 투자는 2021년 1분기 277억 달러에서 2023년 1분기 96억 달러로 급감했다. 반면 일본 벤처캐피털 협회에 따르면, 일본 벤처 투자는 꾸준하게 증가해 2022년 사상 최대인 80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일본의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일본 유니콘 기업 수는 10개로, 2021년 5개에서 2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특히 핀테크,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분야에 혁신적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AI 기반 핀테크 기업 파인다는 2021년 페이팔에 27억 달러에 인수됐고, 로보틱스 기업 프러포즈 네트웍스는 7억 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으로 인한 투자 환경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환경과 풍부한 유동성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매력적 대안으로 부상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2024년 3월 19일,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새로운 정책금리 범위는 0%에서 0.1% 사이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범위인 5.25~5.5%(2024년 8월 기준)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결국 일본 금융 환경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완화적이며, 일본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4년 3월 말 기준으로 약 570조 엔(약 5.3조 달러)을 기록했다. 일본 기업들은 풍부한 유동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환경은 일본 내 투자 활동을 촉진할 잠재력으로 작용하고,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한국에 주는 시사점과 전망
a16z의 일본 진출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정부 주도의 규제 개혁과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준다. 둘째, 글로벌 벤처캐피털과의 협력을 통한 생태계 발전 모색이다. 셋째, 미·중 갈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a16z의 일본 투자 성과와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 암호화폐 등 신기술 분야에서 규제 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투자 동향은 한국의 정책 수립에도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이다.
a16z의 일본 진출은 글로벌 벤처캐피털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단순 투자 결정을 넘어 아시아 기술 생태계의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우리도 이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우리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