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고의적 오분류" vs 삼성 "해석 차이"... 법정 공방 예고
인도 투자·통신망 구축 영향 촉각… 韓-인도 협력 '불똥' 우려
인도 투자·통신망 구축 영향 촉각… 韓-인도 협력 '불똥' 우려

삼성 인도는 최근 뭄바이에 있는 관세·소비세·서비스세 상소심판소(CESTAT)에 이의를 신청하는 한편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 '고의적 오분류' vs '해석 차이'... 팽팽한 입장 대립
인도 세관 당국은 삼성 인도가 '고의적 오분류'를 통해 관세를 회피했다고 주장한다. 수입품은 품목 분류(HS Code)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진다. 세관 측은 네트워크 스위치, 라우터, 기지국 등 고가 통신장비를 '컴퓨터 부품'이나 '일반 전자장비'처럼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코드로 신고한 사례를 여럿 적발했다고 밝혔다. 실제 납부했어야 할 관세보다 수백억 루피를 덜 낸 셈이라고 당국은 덧붙였다. 인도 관세법상 해당 네트워크 장비에는 10~20%의 관세가 매겨질 수 있다.
삼성 인도는 "관세 분류는 국제 기준과 인도 현지 법률을 모두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해당 품목 분류를 놓고 인도 세관과 여러 차례 질의응답과 사전 협의를 거쳤고, 관세 당국이 사전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명백한 탈세가 아니라,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분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네트워크 장비는 인도 최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이자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의 통신 계열사인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에 주로 공급했으며, 인도의 5G와 네트워크 기반 시설 구축에 핵심으로 쓰였다. 인도 세관이 삼성 인도의 통신 장비 품목 분류 문제를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인도의 대표적인 법률사무소인 락쉬미쿠마란 & 스리다란(Lakshmikumaran & Sridharan)이 대리한다. CESTAT는 인도 내 관세와 소비세 관련 분쟁의 2심 법원 역할을 한다. 판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현재 항소 심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 측은 "법적 권리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CESTAT 판결에 불복하면 인도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상고할 수 있다.
◇ 인도 투자·경제 협력 '빨간불' 켜지나
이번 분쟁은 경제와 산업계 전반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 인도는 2023~24 회계연도에 약 1000조 루피(약 16조 5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인도 내 핵심 기업이다. 이 중 네트워크 사업부 매출만 1662억6000만 루피(약 2조 7582억 원)에 이른다. 릴라이언스 지오 등 대형 통신사에 5G, 4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며 인도 내 통신 기반 시설 구축에서 핵심 협력사 역할을 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삼성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 내 다른 세계적인 IT·통신 장비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인도 정부가 관세 분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에릭슨, 노키아 같은 경쟁사들도 비슷한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수입 장비 가격 상승은 통신사의 투자 비용 증가나 소비자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삼성 인도가 인도 내 최대 외국인 투자 기업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 분쟁이 길어지면 한-인도 경제 협력과 외국인 투자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삼성 인도의 통신장비 관세 분쟁은 단순 세금 문제를 넘어 세계 공급망, 인도 내 투자 환경, 통신 기반 시설 발전, 한-인도 경제 협력 등 여러 면에서 중요한 뜻을 갖는다. 삼성은 법적 대응으로 정당함을 입증하겠다는 태도지만, 인도 정부 역시 외국 기업의 조세 회피 가능성에 엄격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나올 CESTAT의 판결과 그에 따른 업계·시장 변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