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중국산 항만 크레인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미중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조사위원회는 ZPMC 크레인이 미국 항만 운영을 감시하거나 마비시킬 수 있는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만 유사시 중국이 이를 활용해 미군의 병력 이동을 방해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크레인의 운영 시스템에 대한 원격 접근이 가능하다면, 중국 측에서 필요시 크레인 작동을 방해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다. 이는 항만 기능을 마비시켜 경제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미중 간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중국이 ZPMC 크레인을 이용해 미군의 병력과 장비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요 항만 크레인 작동을 중단해 미군의 신속한 대응을 지연할 수 있다.
또한, 크레인의 네트워크 연결성을 악용하여 항만의 다른 중요 시스템으로 사이버 공격을 확산시킬 수 있는 진입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항만 인프라의 핵심 요소를 장악함으로써 중국이 미국 해상 무역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력과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우려 사항들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항만이 군사 물자 운송의 핵심 거점이라는 점에서, ZPMC 크레인의 광범위한 사용은 미국 군사 대응 능력을 잠재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전략적 취약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영향력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값싼 중국산 장비에 의존해 온 미국 항만들은 이제 안보 위협과 대체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산 크레인 제조 지원을 약속했지만, 단기간에 중국산 대체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내 항만 크레인 제조 산업 기반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이 분야를 중국에 의존해온 결과, 관련 기술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새로운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산 크레인의 가격 경쟁력이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ZPMC는 국가 보조금과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매우 싼 가격에 크레인을 공급해 왔다. 미국산 크레인은 초기에 높은 생산 비용으로 인해 가격 경쟁에 불리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 항만에서 운용 중인 ZPMC 크레인을 단기간에 교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항만 운영에 필수적인 이 장비들을 한꺼번에 교체할 경우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며, 막대한 비용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정부의 자국산 크레인 제조 계획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크레인의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점진적으로 미국산 크레인 생산과 도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동맹국들도 이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 국가가 ZPMC 크레인을 사용 중이며, 미국 규제 강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항만 인프라 보안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미국이 자국 항만에서 ZPMC 크레인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경우, 동맹국들도 유사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이 문제의 파급력이 더욱 클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무역 강국으로, 항만 인프라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또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국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미국이 ZPMC 크레인을 사용하는 항만에서 출발한 화물에 대해 추가적 보안 검사나 규제를 적용한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한국 정부와 항만 당국은 항만 인프라 보안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사용 중인 ZPMC 크레인의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ZP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공급업체를 발굴하거나, 국내 기업의 항만 크레인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의 전략이 요구될 것이다.
더불어, 한국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항만 보안 강화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양국 간 정보 공유와 기술 협력을 강화해, 안보 위협에 대응하면서도 무역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크레인 문제를 넘어, 향후 미중 갈등 속에 한국이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경제 안보 이슈에 대한 선제 대응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신냉전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안보 위험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하며, 정부는 핵심 인프라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투자자들 역시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이런 안보 이슈가 더 많은 산업 분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