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들, 美 제재 우회 수단으로 활용...홍콩 경제엔 부담으로

현재 홍콩달러는 미화 1달러당 7.75~7.85 홍콩달러 사이에서 거래되도록 고정되어 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중국 기업들은 미국 금융 시장 접근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달러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2024년 중국 기업들의 홍콩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은 전체의 47.7%를 차지해 2014년 이후 최고 비중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제도로 인해 홍콩의 통화정책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종속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UBP의 카를로스 카사노바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고금리 정책이 홍콩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있다"며 "이는 중국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는 홍콩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페그제 유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HKMA의 에디 유 총재는 "제도 변경 의도나 필요성이 없다"며 "42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으로 페그제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 중국 국영은행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홍콩달러를 미 달러로 환전해 여러 은행에 분산 예치하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로 인한 국제 금융망(SWIFT) 차단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의 홍콩 증시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은 최근 미 국방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후 홍콩 상장을 추진 중이다. UBP의 린다 램 자문위원은 "특히 AI 관련 중국 기업들이 미국보다 홍콩을 선호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들의 규제 리스크를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젠브리지 캐피털의 로버트 창 설립자는 "홍콩은 미국보다 투명한 상장 절차를 제공하며, 투자자들의 중국 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며 "올해도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홍콩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