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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넘은 미국 제조업 도시들, 노동자들의 상처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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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넘은 미국 제조업 도시들, 노동자들의 상처는 여전

도시 경제는 서비스업으로 회복, 과거 제조업 노동자들은 회복은 지연
2021년 7월 19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테일러스에 있는 공장 시설에서 작업자가 스크리드 마모 플레이트를 용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7월 19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테일러스에 있는 공장 시설에서 작업자가 스크리드 마모 플레이트를 용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제조업 도시들이 2000년대 초반 중국산 수입품 급증으로 인한 타격에서 회복됐지만, 당시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정체된 제조업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데이비드 오토 교수 연구팀이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미국 제조업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00년 이후 15년간 5배 이상 급증했지만, 이 기간에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 경력 전망은 큰 타격을 입었다.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미국 근로자들의 고용 및 소득 기록을 전수 조사했다. 분석 결과, 노스캐롤라이나주 히코리와 조지아주 달튼 등 타격을 입은 지역들은 2010년대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제조업의 부활이 아닌 의료, 교육, 소매, 외식업 등 서비스 산업 확장에 따른 것이었다.

특히 중국산 수입품 충격의 직접적 피해자인 제조업 노동자들의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백인과 흑인 남성으로 구성된 이들 중 상당수는 은퇴 시점까지 고용은 유지했으나, 임금 상승은 거의 없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브래드 세츨러 교수는 "직장 내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 기회를 기대했던 노동자들이 실제로는 그러한 기회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해고된 제조업 노동자들의 낮은 이주율이다. 일반적 예상과 달리 이들은 중국산 수입품 급증과 제조업 쇠퇴 충격 이후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오히려 감소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았다. 또한, 해당 지역에서 새롭게 성장한 서비스 일자리는 주로 젊은 층과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한 합법 이민자들이 채웠다.

MIT 오토 교수는 "타격을 입은 노동자들 중 다수가 여전히 같은 지역에 살고 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고령화됐고 이미 은퇴했으며, 새로 생긴 일자리는 제조업 이후 성장한 서비스업으로 그들이 가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중 무역 갈등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3일 중국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를 발표했으며, 중국 상무부는 "강력히 반대하며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