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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중도좌파 노동당, 재집권 성공…“트럼프식 정치 거부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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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중도좌파 노동당, 재집권 성공…“트럼프식 정치 거부한 선택”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 사진=로이터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앤서니 알바니지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알바니지는 호주 역사상 21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첫 총리가 됐다.

BBC, CNN 등 외신은 이번 선거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에 대한 간접적인 국민투표 성격을 띠었다며 4일 이같이 보도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전날 밤 시드니에 열린 노동당 승리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호주 국민은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낙관과 결단을 택했다”며 “우리는 어디서도 흉내 내지 않는다. 우리의 영감은 호주 국민과 가치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알바니지는 이번 총선을 “트럼프식 정치의 모방이 아닌, 호주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선택”으로 규정했다.

노동당은 하원 151석 중 86~87석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됐다. 노동당은 지난 2022년 기후변화 대응을 공약으로 내세워 정권 교체에 성공한 뒤 외교·안보에서는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는 한편, 국내 경제 문제에서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반면에 야당인 보수연합을 이끈 피터 더튼은 본인이 24년간 지켜온 퀸즐랜드주 딕슨 지역구에서 패배하며 사실상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더튼은 패배를 인정하며 “이번 패배는 내 책임”이라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트럼프식 언행과 공공서비스 축소 공약 등이 결정타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더튼은 선거 기간 중 “호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ustrali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내세운 그림자가 드리운 인물로 공공부문 일자리 4만1000개 감축과 핵발전소 건설 등을 주장해 트럼프 정책과 유사한 노선을 밟았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리터 그린피스 호주 태평양지부 대표는 “호주 국민은 기후·환경 파괴와 위험한 핵발전 정책 등 트럼프식 의제를 명확히 거부했다”고 평가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호주는 미국의 소중한 동맹”이라며 “자유와 안정을 위해 양국 관계를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알바니지 총리의 재선에 축하를 전했다.

호주 노동당의 승리는 같은 날 총선을 치른 캐나다의 자유당 재집권과 함께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피로감을 느낀 국제 여론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해방의 날’을 선포하며 동맹국들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알바니지 총리는 당시 “우방의 행위라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