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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더 이상 ‘전기차 후발주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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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더 이상 ‘전기차 후발주자’ 아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의 고급 브랜드 양왕이 최근 중국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인 U9 스포츠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의 고급 브랜드 양왕이 최근 중국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인 U9 스포츠카. 사진=로이터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달 23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이달 2일까지 열린 올해 상하이 국제모터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은 더 이상 '기술 후발주자'가 아니라 전기차 산업의 선도국으로 올라섰으며 그 존재감을 앞으로 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것.

CNN은 5일 낸 분석기사에서 중국 전기차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과 미국과의 갈등 양상을 집중 조명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이번 모터쇼는 60개 축구장에 달하는 규모에 2주간 진행됐으며 참가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5분 충전에 수백 마일을 달릴 수 있는 배터리, 음성 인식 전자동 시스템, 자율주행 기능 등 최첨단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비야디는 신형 전기 스포츠카 ‘덴자 Z’를 공개하면서 “순수 감성 디자인과 극한의 성능을 갖춘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비야디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전 아우디·람보르기니 디자이너 볼프강 에거는 현장에서 직접 차량을 공개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자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고 있다. CNN은 “2023년부터 중국 내수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차량 판매량이 외국 브랜드를 앞질렀다”면서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고 영국 에너지 분석기관 로모션의 데이터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비야디가 5분 충전에 250마일(약 402km) 주행 가능한 배터리를 발표하자, CATL은 곧바로 320마일(약 515km)을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스마트 주행 기술에서는 화웨이, 모멘타 등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으며, 비야디는 자사 차량 대부분에 ‘갓스아이(God’s Eye)’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추가 비용 없이 기본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전기차 산업의 부상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지난 임기 때에 이어 올해도 중국산 전기차 및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일부 항목에는 100% 관세까지 적용됐다. 미·중 양국 간 전체 상호 관세율은 100%를 훌쩍 넘는다.

이에 따라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CNN에 따르면 미국 포드사는 지난달 중국으로의 차량 수출을 전면 중단했으며, 중국 내 기존 재고분만으로 판매를 이어갈 방침이다. 포드 중국법인의 재무책임자 라이언 앤더슨은 “관세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추가 수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미국 대신 유럽, 동남아, 남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한 44만1000대에 달했다. 태국, 브라질 등지에서는 토요타와 혼다 차량에서 비야디로의 브랜드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현지 유튜버들의 증언도 소개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급속한 기술 발전과 대규모 산업 지원 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대 존 헬버스턴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서구 제조업체들이 전기차를 지나치게 비싼 사치품으로 본 반면, 중국은 공급망 전반을 대규모로 확장하며 원가 절감을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은 순수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신차 중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이 20% 남짓에 불과했다는 것이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분석이다.

CNN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이 전기차 정책을 철회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결국 ‘배기가스만 남은 고립된 섬’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