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좡 개발구, 연내 110억 달러 규모 '중국 칩' 기반 AI 산업 생태계 목표
미국 수출 제한 대응해 자체 칩 개발, 고성능 AI 서버 클러스터 구축
미국 수출 제한 대응해 자체 칩 개발, 고성능 AI 서버 클러스터 구축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일명 이좡 개발구)는 올해 말까지 800억 위안(약 110억 달러) 규모의 국가 최고 수준 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8일 이좡 개발구가 공식 위챗(WeChat) 계정을 통해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이 생태계는 자급자족과 기술 통제권 확보를 위해 중국산 반도체, 중국 운영체제, 중국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만을 사용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엔비디아 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GPU) 연구개발 가속화"와 RISC-V 아키텍처 기반 자체 칩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RISC-V는 '제5세대 축소 명령어 세트 컴퓨터'의 약자로,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한 단순화된 아키텍처 설계 철학이다.
인텔의 x86이나 ARM 플랫폼만큼 널리 사용되지는 않지만, 오픈소스 코드 기반이라는 특성 때문에 특히 중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이 기술을 활용해 미국의 기술 제재를 우회하고 자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계획이다.
이번 이니셔티브는 AI 훈련에 필수적인 고성능 칩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은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제한하기 위해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제조업체들의 고성능 AI 칩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좡 개발구는 또한 다양한 멀티모달, 비디오, 3D 생성 AI 모델을 지원하기 위해 각각 수만 개의 칩으로 구성된 두 개의 고성능 AI 서버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술 없이도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훈련하고 운영할 수 있는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와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최대 2,000만 위안(약 300만 달러)의 컴퓨팅 보조금과 100만 위안(약 15만 달러)의 자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광범위한 'AI 플러스(AI+)' 실행 계획의 일환으로, 전통 산업 분야에서 AI의 개발과 응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플러스' 정책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은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기타 소비자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의료 및 제약 연구,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체화 지능, 스마트 제조,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 통합될 예정이다.
중국 기술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중국 반도체 산업 분석가는 "미국의 기술 봉쇄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 노력은 이제 단순한 추격이 아닌 독자적 경로를 모색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특히 RISC-V와 같은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한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중국 AI 산업의 자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당국은 이번 이니셔티브가 중국의 기술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고, 양자 컴퓨팅, 광학 컴퓨팅, 생물 지능과 같은 미래 컴퓨팅 분야에서의 획기적인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첨단 분야 연구를 위해 최대 1,000만 위안(약 150만 달러)의 자금 지원도 계획되어 있다.
중국의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기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자국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