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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의 美 정부효율부가 남긴 부작용…폐질환 '규소폐증' 재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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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의 美 정부효율부가 남긴 부작용…폐질환 '규소폐증' 재확산 우려

규소폐증에 걸린 환자의 X레이 촬영 사진. 사진=야후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규소폐증에 걸린 환자의 X레이 촬영 사진. 사진=야후뉴스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정부효율부를 통해 노동자 폐질환 예방을 위한 예산과 규제를 축소한 여파로 오랜 시간 잠잠했던 규소폐증이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규소폐증은 실리카 먼지를 오랫동안 흡입하면서 발생하는 직업병으로 한번 발병하면 폐 기능이 점점 악화돼 평범한 일상조차 힘들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직후 신설한 정부효율부가 산업안전청(OSHA)과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등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지난 수십년 간 어렵게 구축해온 직업성 호흡기 질환 예방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마이클스 전 산업안전청 청장과 그레고리 와그너 전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원은 이날 애틀랜틱 기고문에서 “규소폐증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병이지만 지금처럼 규제가 무너진다면 수천명의 노동자가 다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의도적인 해체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규소폐증은 1930년대 초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가우리강 터널 공사에서 처음으로 정부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화학기업 유니언카바이드가 거의 순수한 실리카로 된 산을 뚫는 과정에서 수백명의 흑인 노동자가 실리카 먼지에 장시간 노출돼 숨졌으며, 이들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묻히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프랜시스 퍼킨스 당시 미국 노동부 장관은 “공장과 광산에서 규소폐증은 ‘진지하게 예방 조치를 취하면 막을 수 있는 병’임을 기업들이 알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처음으로 제도 개선이 시작됐다.

하지만 마이클스와 와그너는 최근 정부효율부 주도의 규제 해체가 “이같은 역사적 교훈조차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며 발표한 예산안은, OSHA와 NIOSH의 실리카 규제 업무를 사실상 중단시키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두 전문가는 “일부 노동자들은 숨 한번 쉬기도 어려운 상태로 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되돌아올 수 있는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