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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유럽 은행들, 무역 분쟁 우려에 대출 손실 대비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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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유럽 은행들, 무역 분쟁 우려에 대출 손실 대비책 강화

오스트리아·체코 주요 은행, 관세 충격 대비해 추가 충당금 마련
미국 달러, 유로 및 파운드 지폐는 2025년 5월 4일에 찍은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 유로 및 파운드 지폐는 2025년 5월 4일에 찍은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무역 분쟁이 재연되면서 중부 유럽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지난 23(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부 유럽 대형 은행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에 비해 대출 손실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2일 세계 무역 상대국에 대한 대대적인 관세를 발표한 뒤 일부 관세를 90일간 미뤘지만,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여전히 10%의 추가 관세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자동차를 포함한 특정 상품에는 25%의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중부 유럽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선제 대응에 나선 주요 은행들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라이파이젠 은행 인터내셔널(RBI)은 관세 민감도를 살펴보기 위해 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한 내부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작했다. 한네스 뫼젠바허 최고리스크책임자는 지난 56일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다가올 흥미로운 시기에 대해 잘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RBI는 러시아를 제외한 핵심 사업을 위해 1분기에 7100만 유로(1103억 원)의 추가 관리 오버레이를 마련했다. 오버레이는 일반적인 신용 위험 모델의 범위를 벗어나는 새로운 위험으로 인한 잠재 손실을 충당하는 추가 준비금이다. 뫼젠바허는 "거시경제와 지정학 불확실성 때문에 현재 위험 비용 전망을 최대 50bp(베이시스포인트)까지 바꾸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너랄의 체코 지사인 코메르츠니 방카도 1분기에 약 5억 코루나(313억원)의 임시 준비금을 마련했다. 이는 무역 긴장의 잠재 영향을 반영한 조치로, 기업 부문의 채무불이행 확률이 25bp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바탕으로 추정됐다. 준비금에도 코메르츠니 방카는 올해 위험 전망을 개선해 0-10bp 범위의 하단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대출기관인 에르스테 그룹 은행도 RBI와 마찬가지로 올해 위험 비용 가이던스를 25bp로 재확인했다. 알렉산드라 하벨러-드라벡 에르스테 최고위험책임자는 지난 430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초반이 매우 좋았음에도 가시성을 저해하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중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코메르츠니 방카는 중부 유럽의 10개 주요 은행 표본 중 유일하게 충당금 순 환입으로 인해 1분기에 마이너스 위험 비용을 기록했다. KBC 그룹의 체코 지사인 체스코슬로벤스카 오브호드니 방카, RBI, 에르스테도 표본에서 가장 낮은 위험 비용을 기록했다.

◇ 대출 증가세는 견고한 흐름 유지

관세 우려에도 중부 유럽 은행들의 대출 증가세는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헝가리에 본사를 둔 OTP 은행이 20251분기 연간 대출 증가율 11.47%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대부분 은행들이 연간 6-10%대의 양호한 대출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에르스테, RBI, OTP 은행은 올해 대출 증가 전망을 재확인했다. 에르스테는 약 5%의 대출 증가를 예상한다고 밝혔고, RBI는 러시아를 제외한 포트폴리오를 6-7%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OTP 은행은 지난해에 보고된 9%를 웃도는 외화 조정 유기 실적 대출 증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폴란드 최대 대출기관인 PKO 은행 폴스키도 최근 폴란드 중앙은행의 50bp 금리 인하에 힘입어 올해에도 대출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코메르츠방크의 폴란드 지사인 mBank2025년 위험 비용 전망을 70-80bp 사이로 확정했으며, 경영진은 지난 430일 현재 무역 긴장 고조로 인해 기업 고객에게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대출 증가에 힘입어 표본에 포함된 모든 은행이 1분기 순이자이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증가를 보였다. PKO 은행이 15%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순이자이익 증가율을 기록했고, OTP 은행이 11.3% 증가로 뒤를 이었다.

다만 강력한 대출 증가와 순이자이익 실적에도 OTP 은행은 헝가리의 상당한 세금 부담 때문에 1분기 순이익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OTP 은행은 1분기 1868억 헝가리 포린트(719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거의 22%, 전 분기 대비 25% 줄어든 수치다.

에르스테의 슈테판 되플러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430"20251분기 순이자이익 실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한다면, 우리는 때로는 약간 올라가고, 때로는 약간 내려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 결과가 대출기관의 기대에 부합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중부 유럽 은행들이 무역 분쟁의 불확실성에도 건전한 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