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중국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국제 경제와 무역 질서가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으며, 산업과 공급망의 분절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 장벽도 높아지면서 모든 국가의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중국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수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비전통적 조치도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정책 수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내외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전략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리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는 상황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대응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경제 협력 범위도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자카르타 간담회에는 화웨이, 상하이자동차, 뉴호프그룹 등 중국의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리 총리에게 현재 아세안 시장에서의 투자 환경, 무역 장벽, 물류 문제 등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총리는 “중국은 앞으로도 더 많은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며 이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사업 전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지 진출 기업들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맞춤형 지원 정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자카르타 방문을 끝으로 3일간의 인도네시아 일정을 마친 뒤 말레이시아로 이동해 아세안(ASEAN)·걸프협력회의(GCC)·중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중국이 동남아 및 중동 국가들과의 경제·외교 협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번 발언은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 정책,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이 겪고 있는 구조적 압박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방침과 유럽연합의 수입 조사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은 내부 산업 보호와 외교 다변화 전략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리창 총리가 ‘비전통적 수단’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과거에도 경기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나 기준금리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해왔으나 현재는 과잉 부채,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 등으로 전통적인 수단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발언은 올해 하반기 중국의 경제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특히 기술 자립,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산업 육성 등과 연계된 맞춤형 정책이 조만간 가시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