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귀로 유럽 내 중국 인식도 미국 추월
7월 베이징 정상회담 앞두고도 핵심 쟁점서 진전 없어
7월 베이징 정상회담 앞두고도 핵심 쟁점서 진전 없어

덴마크 민주주의동맹재단이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 중국에 대한 순 인식이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 헝가리, 리투아니아에서만 미국이 중국보다 인기가 높았다. 같은 날 트럼프는 "유럽연합은 여러 면에서 중국보다 더 나쁘다"고 발언해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보여줬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연합 이사회 의장은 7월 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도 현직 유럽의회 의원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며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고위 관리들은 "중국인들은 대화를 좋아하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적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유럽이 중국에 요구하는 두 가지 핵심 사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의미 있는 개입과 산업 과잉 생산을 줄이고 트럼프 관세로 인한 무역 우회를 단속하기 위한 경제 모델 변경이다.
호르헤 톨레도 유럽연합 주중 대사는 "중국이 전쟁을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고, 침략자를 침략자로,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려 하지 않으며,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정치적·물질적 지원으로 인해 유럽에서 중국의 이미지와 평판이 손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셸 바르니에 전 프랑스 총리는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에서 "산업 과잉 생산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왜곡된 정책"을 비판했다. 미국 시장이 하이테크 제품에 대해 사실상 폐쇄되면서 유럽이 중국 상품을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 되어 현지 생산업체들이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리 지안 유럽 고위 관리는 "우크라이나 위기는 중국과 유럽연합 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양측의 협력 지점이 돼야 한다"며 유럽의 우려를 일축했다. 중국은 양국 관계의 주요 문제 중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않으며, 따라서 큰 변화를 모색할 것 같지 않다고 분석된다.
베이징 대학의 마이클 페티스 교수는 중국의 무역 흑자가 "악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과도한 투자와 저축, 부족한 소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유럽이 요구하는 '자제력'은 사실상 "중국 경제의 대대적인 자발적 구조조정"으로,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 상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전용되어 현지 산업을 위협한다면 쿼터와 관세를 부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초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협상 타결로 중국의 유럽 시장 의존도가 감소할 수 있어, 유럽의 영향력도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애널리스트 옌메이 시에는 "유럽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동시에 무역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유럽에 선택의 여지가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상품을 배송해야 하며, 미국이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자문회사 차이나 지오폴리틱스의 프란스-폴 반 데르 푸텐은 "향후 몇 년 동안 유럽연합의 두 가지 주요 전략적 목표는 군사적 자율성 확보와 경제적 경쟁력 유지"라며 "국방, 자율성, 강력한 경제적 경쟁력이 없다면 유럽연합은 미중 관계의 부정적 영향에 매우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