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에 5주간 90억 달러 넘게 순유입...금 ETF는 28억 달러 순매도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5주 동안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를 필두로 미국 비트코인 ETF에 90억 달러(약 13조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금 ETF에서는 28억 달러(3조8000억 원)가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비트코인과 금의 명암이 이처럼 엇갈린 것은 이달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완화되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는 점도 자금 이동에 영향을 미쳤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미국 상원 통과를 앞둔 가운데 규제 환경 개선 기대감과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 증가가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층 키웠다.
비트코인은 이달 초 11만198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와 반대로 금 현물 가격은 올해 들어 25% 넘게 상승했으나 최근 들어 고점 대비 6%가량 하락하며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으로의 자금 이동은 비트코인이 정통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 회피 수단으로 점차 인정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제프리스의 크리스토퍼 우드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금과 비트코인 모두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금과 비트코인은 모두 G7(주요 7개국)에서 통화가치 하락을 헤지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기에는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엔 캐리 거래가 청산되면서 거시경제적 충격이 시장을 뒤흔들자 비트코인은 다른 위험자산과 마찬가지로 급락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융 시스템 위험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제프 켄트릭 디지털자산 리서치 총괄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탈중앙화된 특성 덕분에 금융 시스템 위협에 더 강력한 방어력이 있다"고 밝혔다. 켄트릭은 이어 금은 무역 관세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 더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한 비트코인이 최근에 위험자산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퍼스톤의 딜린 우 리서치 전략가는 "지난 한 달간 비트코인과 나스닥, 달러 및 금과의 장중 변동성 상관관계가 매우 낮았다"면서 "이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닌 헤지 또는 상관관계가 없는 자산군으로 점점 더 간주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