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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 관세發 혼란에 컨테이너 운임 30% 폭등…유럽 항만 혼잡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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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 관세發 혼란에 컨테이너 운임 30% 폭등…유럽 항만 혼잡도 한몫

SCFI, 주간 상승폭 역대 두 번째 기록
태평양 횡단 노선 운임 급등, 전 세계로 파급
미국 서부 롱비치 항만 부두에 정박한 8,912TEU급 'MSC 테마 VII(MSC Tema VII, 2024년 건조)'. 사진=롱비치 항만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서부 롱비치 항만 부두에 정박한 8,912TEU급 'MSC 테마 VII(MSC Tema VII, 2024년 건조)'. 사진=롱비치 항만
5월 말 현재,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유럽 항만 혼잡이 겹치면서 해상 컨테이너 운임이 거의 사상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고 트레이드윈즈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표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불과 일주일 만에 486포인트(30.7%) 급등하며, 역대 두 번째로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종합 SCFI 지수는 오늘 2072포인트로 마감했고, 일주일 전 1586포인트에서 크게 올랐다. 이는 2023년 12월 마지막 주 홍해 우회 항로가 시작되며 기록한 역대 최고 상승폭 504포인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 운임 상승, 미·중 관세 불확실성과 유럽 항만 혼잡이 원인


미국이 중국 등 주요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기업들은 관세 부과 전 서둘러 물량을 선적하는 이른바 '러시' 현상을 보였다. 이로써 미주 항로는 물론, 유럽과 다른 노선에도 물동량이 몰리며 운임이 급등하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했다. 특히 상하이에서 미국 동부 해안으로 향하는 운임은 46% 뛰어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268달러(약 590만 원)에서 6243달러(약 863만 원)에 이르렀다.

상하이에서 미국 서부 해안 노선 역시 58% 급등하여 feu당 3275달러(약 453만 원)에서 5172달러(약 715만 원)를 기록했다. 태평양 횡단 노선 운임 상승의 주요 원인은 미국과 중국 관리들이 5월에 일부 관세 인상을 90일간 철회하기로 합의하면서, 화주들이 관세 부과 전 서둘러 물량을 선적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적 증가는 태평양 횡단 노선으로 선박을 대거 유입시켰고, 다른 무역 노선의 선복량까지 끌어오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로테르담, 함부르크 등 유럽 주요 항만에서 노동력 부족, 기상 악화, 물류 병목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컨테이너 처리 지연이 심화됐다. 유럽 항만은 혼잡 문제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클락슨스 시큐리티스(Clarksons Securities)는 인력 부족과 라인강의 낮은 수위로 인해 항만 혼잡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선박 회전율 저하로 선복(선박 적재 공간)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운임 인상 압력이 더욱 커졌다. SCFI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가는 운임은 21% 올라 TEU당 1317달러(약 182만 원)에서 1587달러(약 219만 원)를 기록했다.

◇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화…한국 기업, 물류 리스크 관리 시급


운임 급등은 단기적으로 수출입 기업의 물류비 부담을 크게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미주·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중동, 아시아-남미 등 다른 항로 운임도 동반 상승 중이다. 드루리(Drewry)의 WCI(World Container Index)는 2024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종합 지수에서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

WCI는 5월 29일 주간 10% 상승하여 feu당 2508달러(약 347만 원)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관세 "일시 중단" 조치가 태평양 횡단 물동량의 초기 붕괴 이후 미국행 운송 재개를 이끌면서 WCI는 지난 3주간 21%나 치솟았다.

관세 정책이 불투명한 한, 운임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제프리스(Jefferies) 오마르 녹타(Omar Nokta) 애널리스트는 "관세 영향, 중국과 미국 간의 협상,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홍해 통행 증가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앞으로 상당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태평양 횡단 노선의 선복량 부족이 운임을 견조하게 유지할 것이며, 6월 말까지 선박 재배치가 이루어져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 운임 폭등,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


예상치 못한 운임 폭등은 국내 수출입 기업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 기업은 물류비 부담 증가로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가 크고,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타격이 클 수 있다. 수입 기업 역시 원자재와 부품 등의 수입 단가 상승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물류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적 일정을 조기 조율하고 분산하는 한편, 장기 운송 계약 확보에 나서야 한다. 또한 대체 항로와 운송 수단을 검토하는 등 다각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 복합적 요인 겹치며 운임 상승…물류 불안정 심화 우려


미국의 관세 혼란과 유럽 항만 혼잡이라는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서 해상 컨테이너 운임이 30% 가까이 급등했다. 이러한 운임 상승은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우려를 낳는다. 한국 수출입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물류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