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 통신은 협상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측이 베트남 생산 공장에서 중국산 부품과 소재 사용을 줄이고 공급망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고 3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같은 요구는 미국 협상단이 마련한 협상 틀의 부속 문서 형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는 지난달 말 미국과 베트남 간 2차 협상이 끝난 직후 베트남에 전달됐으며, 미국이 예고한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46% ‘상호 보복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언론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의 요구는 상당히 구체적이며 이행될 경우 베트남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베트남은 애플과 나이키 제품을 포함한 글로벌 소비재 생산 거점이자 중국 공급망에 깊이 통합된 제조국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베트남 최대 무역국 중 하나이자 외국인직접투자(FDI) 주요 유입국으로 이번 요구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민감한 외교적 문제와도 맞물릴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로이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일까지 협상 중인 국가들로부터 ‘최종 제안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현재 베트남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등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2018년 이후 미국 수출을 거의 세 배 가까이 늘리며 큰 폭의 무역흑자를 기록해왔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에서의 수입도 함께 증가해 지난해 기준 미국 수출액과 중국 수입액이 각각 약 1400억 달러(약 192조7000억 원)에 이르렀다.
미국은 그동안 베트남이 중국 제품의 우회 수출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특히 중국산 제품이 충분한 부가가치 없이 ‘메이드 인 베트남’ 이름표를 다시 달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불법 환적을 단속하고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등 미국 측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몇 주간 미국산 항공기 구매 계획을 발표했고, 농산물·에너지 등 여러 품목에서 미국과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미국 측은 단순한 약속이나 계획이 아니라 실제 계약을 원하고 있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하며 베트남이 제출할 협상안이 미국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