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킴은 “가족이 있냐”는 질문이 자녀 유무만을 묻는 단편적인 프레임을 지적하며 자신에게 가족이란 지금도 살아 있는 부모와 오빠로 구성된 ‘원래의 가족’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나의 중년기는 자녀 양육이 아닌 부모의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시기”라고 밝혔다.
이같은 인식은 최근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자주 찾으며 더욱 뚜렷해졌다. 킴은 최근 한국 방문 중 외삼촌의 주도로 조부모의 유골을 파내고 화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세대 간 전통의 단절과 새로운 형태의 애도”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유골을 쌀밥과 섞어 새들이 먹게 하는 천마산 보광사에서의 장면에 대해 그는 “너무 기괴하고 생생해서 어머니는 손을 대지 못했다”고 적었다.
킴은 한국 사회에서 한때 유행했던 페미니즘 운동 ‘4B(비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를 언급하며 자신은 결혼에 미온적이고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1.5B”라고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4B가 다시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으며 한국과 미국의 SNS가 서로를 인용하는 이상한 순환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의 어머니는 한때 심리학 석사를 취득하고 미국 군에 입대한 뒤 요양시설 감독관으로 일하며 노인 인권을 위해 힘써왔다. 킴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양로원을 방문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는 목이 축 늘어진 노인들이 무서웠지만 어머니는 그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대했다”고 회상했다.
킴은 자녀가 없다는 사실을 은근히 문제 삼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버지니아 울프가 왜 아이를 낳지 않았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질문은 여성 전체를 하나의 '엘리베이터'로 여기는 것과 같다”는 작가 레베카 솔닛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책을 쓰고 싶었다. 피임을 잘했다. 그리고 이 지구는 더 이상 ‘1세계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솔닛이 밝힌 무자녀 선택의 이유를 덧붙였다.
중년의 위기를 육아가 아니라 '부모와의 마지막 시간'으로 맞이하는 이들은 킴만이 아니다. 그는 미국에서 많은 무자녀 중년 친구들이 노부모와 함께 살거나 근처로 이사해 돌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는 번식 대신 효를 택한 세대”라고 묘사했다.
킴은 현재 어머니와 한국 현대사, 그리고 이민 여성의 삶을 주제로 책을 집필 중이다. 그는 “딸들이 쓴 어머니에 관한 책은 대부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나온다. 나는 다른 결말을 원한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