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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前시장 '유령 한국 출장' 파문…K-Water와 5억 계약, 시의회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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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前시장 '유령 한국 출장' 파문…K-Water와 5억 계약, 시의회도 몰랐다

"식수 석회질 해결" 공약 내걸고 방한…감사원 "시의회 승인 없는 사적 출장"
공개입찰 건너뛴 50만 달러 계약 추진…최측근 "실제 예산은 훨씬 더 컸다" 증언
K-Water가 제출한 예산표. 자료= K-Water이미지 확대보기
K-Water가 제출한 예산표. 자료= K-Water
캐시 바리가 전 칠레 마이푸 시장이 선거 공약으로 내건 사업을 추진하며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유령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시의회 승인도 없이 비밀리에 추진한 이 계약은 무산됐지만, 그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과 불투명한 행정이 논란을 키우고 있고 칠레 현지 언론 엘 모스트라도르가 지난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6월, 바리가 전 시장이 시립 위생 공사(Smapa)의 식수 석회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K-Water와 협약 체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당시 출장은 시장 개인 경비를 쓴다고 밝혔지만, 한 시민이 칠레 감사원에 출장단 경비 출처, 시의회 승인 여부, 계약 세부 내용 등을 문제 삼아 공식 민원을 제기하며 문제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조사 결과, 해당 출장은 한국 정부의 초청을 받았지만 바리가 시장이 시의회 승인 없이 진행했으며, 공익이 아닌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장에서는 어떤 계약도 맺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 감사원 지적에도…물밑에선 5억대 계약 추진
감사원의 지적에도 물밑 협상은 계속됐다. 바리가 전 시장은 2017년 11월 K-Water의 이학수 당시 사장에게 "수질 개선을 위해 협력이 중요하다"는 서한까지 보냈다. 시 사무처는 관련 프로젝트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2018년 4월 바리가 전 시장의 이메일에는 K-Water가 보낸 50만 달러(당시 환율 약 3억 6500만 페소, 현재 가치 약 5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서 초안이 있었다. 이 계약서에는 자료 수집, 진단, 한국 연수 방문 등이 포함된 7단계 사업 계획이 들어 있었다.

◇ "명백한 불법" 내부 증언…'쇼'만 남은 행정

마이푸시의 루이스 하파스 당시 총괄 코디네이터는 법정에서 "한국 기업과 여러 차례 회의를 했고, 그들이 말한 예산은 훨씬 더 컸으며 시의회를 통과해야만 했다"고 인정했다. 한 전직 시 공무원은 "시의회 허가 없이 시장이 단독으로 기업과 계약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투명하지 않은 절차"라고 지적했다. 현지 공공조달법상 해당 계약은 공개입찰을 거쳐야 하지만, 마이푸시는 이런 절차를 모두 무시했다.

출장에는 바리가 시장의 아들을 돌본다는 명목으로 그의 측근이자 줌바 강사였던 바니아 비센시오가 동행하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정황이 드러나 파문을 더하고 있다.

K-Water가 수질 보고서를 작성해 일부 고위 관계자들에게만 비밀리에 건넸다는 의혹도 나왔지만, 실제 돈이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이푸시의 블라디미르 무뇨스 현 시의원은 "실질적 해결보다 쇼에 치중한 행정"이라며 "석회질 없는 물을 약속했지만 돌아온 것은 연기뿐이었다. 그 무책임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리가 전 시장의 이번 '유령 출장' 논란은 행정 투명성과 공공조달, 시의회 통제 같은 지방 정부의 기본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엘 모스트라도르는 이번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바리가 전 시장 측에 연락했지만, 기사가 나갈 때까지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