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줄고 규제 완화...EV 성장세 꺾여"

◇ EV 성장 기대 1년 만에 20%포인트 낮아져...정책 변화가 원인
블룸버그NEF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0년 미국 승용차 시장에서 EV가 차지하는 비율이 27%에 머문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관이 내놓은 47.5% 전망에서 20%포인트 넘게 낮아진 것이다.
IEA도 지난 14일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5'에서 "2030년 미국 EV 판매 비율이 20% 수준에 머문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IEA가 내놓은 전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전망이 낮아진 데는 연방정부 정책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 EV 구매 세금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내년부터는 누적 판매량 20만 대 미만 제조사 차량에만 세금 혜택이 적용된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북미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 요건을 충족한 EV에만 세금 혜택을 주는 조건도 더 까다로워졌다.
◇ 투자·공장 취소 이어져...공급망과 일자리에도 빨간불
정책 불확실성은 EV와 배터리 제조업 투자에도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로듐그룹과 MIT 연구진은 2018년 1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1500억 달러(약 206조 3100억 원) 제조 투자가 발표됐으나, 최근 분기에는 신규 투자 발표가 '빙하'처럼 느려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60억 달러(약 8조25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조지아주와 애리조나주 등에서 추진하던 대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이 잇따라 취소됐고, GM 등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던 기업들도 미국 내 신규 공장 계획을 접었다. 미국청정전력협회는 "공장 운영에 필요한 핵심 자재값이 오를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밝혔다.
◇ 세계 경쟁력 약화...중국·유럽과 격차 더 벌어져
IEA는 "미국 EV 시장이 세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자동차 판매에서 EV 비율이 60%에 이르고, 유럽도 25%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미국은 10~20%에 머물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기관 로듐그룹은 "미국이 2030년까지 EV용 배터리를 거의 모두 자국에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책 전환으로 청정 제조업이 본격 출발도 전에 멈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결론과 시장 평가
블룸버그NEF는 "안정적인 규제 지원이 EV 보급에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정책 불확실성과 세금 혜택 축소가 EV 시장 성장세를 늦추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 참여자들은 "EV 보급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EV와 내연기관차 값이 뒤바뀌는 시점도 더 늦어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올해 전 세계 EV 판매량은 2024년보다 25% 증가한 2200만 대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또 다른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유럽이 17%로 그 뒤를, 미국이 7%를 기록할 전망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EV는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4대 중 1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BNEF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