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브라질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브라질 자동차 업계와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값싼 중국산 차량이 몰려오고 있지만 현지 생산 투자와 고용 창출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가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수송선으로 지난달 말 브라질 남부 이타자이 항에 첫 입항한 이후 브라질 시장을 타깃으로 차량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까지 올해 들어 브라질에 도착한 비야디의 선박은 총 4척이며 차량 수는 약 2만2000대에 이른다.
브라질은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수출의 핵심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브라질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브라질로 수입되는 중국산 차량이 전년 대비 약 40% 늘어난 2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경승용차 등록의 약 8%를 차지하는 규모다.
◇ "투자보다 수출에만 집중"…관세 인상 압박
문제는 이같은 수입 급증에도 중국 업체들의 현지 생산이나 부품 조달 등 실질적인 투자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산업계와 노동계는 현재 10%인 전기차 수입 관세를 예정보다 1년 앞당겨 35%로 즉시 인상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아로알두 다 시우바 인두스트리올 브라질 의장은 “세계 여러 나라들이 중국산 전기차에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만 문을 열어줬다”며 “중국이 이 틈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2015년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일부 중국 업체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했으나 지난해부터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35%로 단계적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브라질자동차산업협회와 일부 기업들은 이 일정을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비야디·GWM 현지공장 차질…“고용 효과 불투명”
비야디는 지난해 포드가 철수한 북동부 바이아주의 공장을 인수해 생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으나 최근 건설 현장에서의 노동 착취 의혹으로 가동 시점을 내년 12월로 연기했다. 또 다른 중국 업체 GWM은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을 인수했으나 이 역시 생산 개시 시점이 1년 이상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 시우바 의장은 “현지 부품업체와의 계약 체결이나 조달 계획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공장이 생겨도 기술과 부품이 모두 외국산이라면 어떤 가치를 추가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 정부는 ‘녹색차 확산’ 원하지만…中 비중 80% 넘어
브라질은 오는 11월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산업 재건과 친환경 이미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산 수입차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브라질전기차협회에 따르면 현재 브라질 전기차 시장의 80% 이상은 중국산 차량이 차지하고 있다.
리카르두 바스투스 브라질전기차협회 회장 겸 GWM 브라질 정부협력 담당 임원은 “브라질은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원료는 풍부하지만 전기차 부품 생산 기반은 전무하다”며 “올해는 수입차와 현지 생산차가 함께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