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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르셀로미탈, 獨 수소제철 중단 선언…유럽 '녹색 전환'에 드리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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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르셀로미탈, 獨 수소제철 중단 선언…유럽 '녹색 전환'에 드리운 그림자

높은 전기료·불안한 수소 공급에 '사업성 없다' 결론
티센크루프도 '수익성 한계'…'그린스틸' 장밋빛 전망에 경고등
아르셀로미탈이 13억 유로의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수소환원 플랜트 도입을 중단하기로 한 독일 아이젠휘텐슈타트 제철소 고로의 모습.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아르셀로미탈이 13억 유로의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수소환원 플랜트 도입을 중단하기로 한 독일 아이젠휘텐슈타트 제철소 고로의 모습. 사진=AP/뉴시스

13억 유로(약 2조594억 원)의 막대한 보조금도 소용없었다. 세계 2위 철강 기업 아르셀로미탈이 결국 독일 '수소 제철' 사업을 백지화했다. 닛케이는 21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하며, 탄소중립 시대 핵심 기술로 꼽히던 수소 제철의 미래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했다.

◇ "현실의 벽 높았다"…사업성 발목 잡은 3대 요인


아르셀로미탈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녹색 전환 정책의 더딘 속도를 지목했다. 회사 측은 "탈탄소 정책의 지연으로 그린 수소가 안정적인 가격과 양으로 공급될 기반 시설이 미비해 쓸모있는 연료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여기에 독일의 고질적인 높은 전기 요금도 발목을 잡았다.

아르셀로미탈은 "경쟁력 있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나라에서만 신규 전기로 투자를 한다"고 지적하며, 원자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정책을 펴는 프랑스 등에서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중국산을 필두로 한 수입 철강의 공세에 따른 수요 약화와 정책의 불확실성 역시 사업 중단의 원인으로 꼽았다. "시장의 현실과 수소를 사용하는 설비의 경제성"을 고려할 때 투자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수소 제철은 기존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차세대 기술이다. 아르셀로미탈은 2030년까지 독일 북부 브레멘과 동부 아이젠휘텐슈타트의 기존 고로를 수소 설비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며, 2025년 6월 말까지 최종 투자 결정을 내려야 했다.

갑작스러운 사업 중단 소식에 현장의 반발도 거세다. 독일 최대 산별 노조인 IG메탈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근시안의 전략으로 잘못됐다"며 "직원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커 매우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아르셀로미탈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결정이 지역 고용과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 삐걱대는 '녹색 철강'…독일 업계 전반으로 우려 확산


이번 사태는 아르셀로미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철강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아르셀로미탈 외에도 티센크루프, 잘츠기터, 자르슈탈 등 자국 철강사들의 수소 설비 전환 사업에 총 70억 유로(약 11조893억 원)의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이 중 티센크루프는 서부 뒤스부르크에서 20억 유로(약 3조 1683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 새로운 설비 건설에 나섰지만, 가동 시점을 애초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늦춘다고 밝혔다. 티센크루프 측은 독일 DPA통신에 "값이 싼 수소가 충분하지 않다. 현재 계획의 수익성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현실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아르셀로미탈의 이번 결정은 유럽 수소 제철이 마주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높은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 막대한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문제, 친환경 철강에 기꺼이 추가 비용을 내려는 시장의 미성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막대한 보조금만으로 '녹색 전환'을 이룰 수 없다는 현실이 드러나면서, 수소 제철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기술 발전을 넘어 에너지 기반 시설 확충과 시장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