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지출 확대 우려에도 TS 롬바드 경제학자 "정책 불확실성이 본질적 위험" 강조

미국 채권 시장을 둘러싼 불안 요인으로 정부 재정적자 확대가 꼽히지만, 실제로는 미국 정부의 불확실한 정책이 더 큰 위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배런스는 23일(현지시각) 보도에서 TS 롬바드의 수석 미국 경제학자 다리오 퍼킨스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채권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놓은 대규모 감세와 지출 확대 법안이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최근 가장 큰 걱정거리로 여겼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정부 차입을 불러와 37조 달러(약 5경 471조 원)에 이르는 미국 국가 부채를 더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 부채 공급이 늘면 기존 채권 가격이 내려가고, 수익률(금리)은 오른다.
특히 업계에서는 영국 전 총리 리즈 트러스의 사례를 든다. 2022년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자금조달 계획이 분명하지 않은 감세 정책을 발표했고, 이 때문에 채권 매도가 일어나 채권 시장이 급락했으며, 그녀의 임기는 49일 만에 끝났다. 미국 채권 시장도 이와 비슷한 우려에 직면했다는 해석이 많다.
TS 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경제학자는 "재정 위기에 대한 불안은 불필요한 선동"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미국 채권 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재정적자가 아니라, 이미 부정적인 공급 충격에 취약한 세계에서 미국 정책의 혼란"이라고 강조했다. 퍼킨스 경제학자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세계 무역 상대국에 공격적 관세를 부과했다가 며칠 만에 철회하는 등 연방 정책이 크게 흔들렸다"며, "미국이 수십 개국과 90일 만에(보통 수년 걸리는) 무역협정을 맺으려 하고, 광범위한 추방 조치도 시행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퍼킨스 경제학자는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개입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으면 전쟁 확대와 공급망 차질, 물가 상승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려가고, 수익률이 오르는 구조라 채권 투자자에게 나쁜 소식이다. 그는 "미국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이 세계 무위험 자산인 미국 국채의 역할을 약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시장 사정과 투자자 심리
최근 미국 채권 시장은 비교적 조용하다. 장기 국채 수익률은 큰 변동 없이 머물러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 5월 23일 이후 4.518%에서 4.359% 사이를 오가고,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5.041%에서 4.848% 사이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정 확대 우려보다 정책 불확실성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퍼킨스 경제학자는 "채권이 투자자들의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미국의 예산 적자 규모나 중앙은행의 재정 정책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채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재정적자 확대보다 정책 혼란에 따른 신뢰 하락이 채권 시장의 본질적 위험이라는 해석이 많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이 투자자 심리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