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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직원 기기에서 왓츠앱 사용 전면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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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직원 기기에서 왓츠앱 사용 전면 금지

"개인정보 위험" 이유로 6월 30일부터 시행
하원 "메타 메신저 저장·사용 불가"라고 밝혀...이미 설치한 사람도 모두 삭제 요구
메타(페이스북)가 소유한 메신저 앱 '왓츠앱'이 하원 직원들 사이에서 보안 등 문제로 6월 30일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메타(페이스북)가 소유한 메신저 앱 '왓츠앱'이 하원 직원들 사이에서 보안 등 문제로 6월 30일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사진=로이터
미국 하원이 직원들의 하원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메타(구 페이스북)가 만든 메신저 왓츠앱(WhatsApp) 사용을 앞으로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원 행정 책임자(CAO)는 지난 24(현지시각) 직원들에게 보낸 공식 메모에서 왓츠앱이 "사용자에게 높은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630일부터 시행된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에서 보도했다. 이런 조치는 메타에 대한 신뢰와 시장 지배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하원 행정 책임자 캐서린 슈핀도르는 "하원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하원 의원과 직원의 데이터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사이버 보안 위험을 늘 살피고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하원은 정기적으로 공식적으로 쓸 수 있는 앱 목록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목록을 바꾼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왓츠앱이 사용자 정보를 보호하는 방식에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 저장된 데이터가 충분히 암호화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사용할 때 보안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원은 공식 메모에서 직원들에게 630일부터 하원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에서 왓츠앱을 내려받거나 저장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미 설치한 사람도 모두 삭제하라
고 요구했다.

메타 측은 이번 결정에 반발했다. 메타 대변인은 "가장 강한 말로도 하원의 특성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왓츠앱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끝에서 끝까지 암호화돼 회사나 제3자가 읽을 수 없다", "왓츠앱이 하원 행정 책임자가 허용한 대부분의 앱보다 더 높은 보안 수준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 하원 공식 메신저에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시그널·아이메시지·위커 등으로 제한


하원은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쓸 수 있는 메신저 앱을 엄격히 제한한다. 하원에서 허용하는 메신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시그널, 애플의 아이메시지와 페이스타임, 아마존이 만든 위커가 포함된다. 메타는 왓츠앱이 미국 상원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용이 허용됐다고 밝혔다. 왓츠앱은 전 세계적으로 약 30억 명이 쓰는 메신저로, 메타가 2014190억 달러(258000억 원)에 샀다.

업계에서는 메타가 광고 수익과 사업 확장을 위해 사용자 데이터를 느슨하게 관리해왔다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왓츠앱 공동설립자 브라이언 액턴은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모회사와의 독립성 부족을 이유로 2017년 메타를 떠났다. 액턴은 이후 라이벌 메신저 시그널을 공동 설립했다. 시그널은 최근 미국 관리들이 실수로 기자와 비공식 메시지 그룹을 통해 앞으로 있을 군사 공격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메타, 정부와 군사 협력 확대...인공지능·혼합현실 사업도 진행


한편 메타는 최근 미국 정부와 군사 분야에서 협력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메타는 정부 기관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 '라마'를 군사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지난달에는 안두릴과 협력해 미군을 위한 혼합현실(MR) 제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 앤드류 보즈워스는 이달 미 육군 예비군의 새로운 기획팀(Executive Innovation Corps)에서 중령으로 임관한다고 밝혔다.

메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자주 만난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메타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악관을 여러 번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왓츠앱은 광고 도입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진다. 메타는 왓츠앱에 광고를 넣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최근 채팅 대화가 저장되는 곳과는 별개인 앱의 상태(Status) 섹션에 광고를 보여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 메타, 법적 도전에도 시장 영향력 유지하나


메타는 현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왓츠앱과 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을 사들인 것과 관련해 불법 독점권 유지 혐의로 법적 도전을 받고 있다. FTC는 메타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번 하원의 왓츠앱 사용 금지 조치는 메타가 정부나 공공기관 시장에 들어가는 데 일정 부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메타가 정부와 협력 강화에도 불구, 사용자 데이터 보호와 보안 문제로 공공기관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