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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19개월 만의 선적…파나마 구리 광산, 재고 12만톤 수출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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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19개월 만의 선적…파나마 구리 광산, 재고 12만톤 수출길 열려

광산 재가동 아닌 '유지보수' 목적…판매 수익, 보존 비용으로 충당
세계 제련업계 숨통…지분 보유한 韓 광해광업공단도 '촉각'

캐나다 광산업체 퍼스트퀀터미네랄즈의 코브레 파나마 광산에서 구리 정광을 선적해 출항한 것으로 알려진 벌크 화물선 '립시'호, 사진=마린트래픽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광산업체 퍼스트퀀터미네랄즈의 코브레 파나마 광산에서 구리 정광을 선적해 출항한 것으로 알려진 벌크 화물선 '립시'호, 사진=마린트래픽


퍼스트퀀텀미네랄이 파나마 대법원의 폐쇄 결정으로 광산 가동이 멈춘 지 19개월 만에 현지 구리 재고 선적을 시작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화물선 '립시'호는 지난 18일 푼토 린콘 항을 떠났다. 이 항구는 퍼스트퀀텀 소유의 사설 항구로 코브레 파나마 광산에서 채굴한 정광을 실어내는 데만 쓰인다.

이 사안에 밝은 한 소식통은 "약 3만 5000중량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이 배에는 유럽 구리 제련업체인 아우루비스로 가는 정광이 실렸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사안이 상업적으로 민감하다는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번 선적은 지난달 파나마 정부가 퍼스트퀀텀에 약 12만 톤의 구리 정광 재고 수출을 승인한 데 따른 조치다. 이 재고는 2023년 말 환경 문제와 계약 분쟁, 대규모 시위가 겹치는 와중에 파나마 대법원이 광산 운영 계약을 위헌으로 판결해 조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묶여 있었다.

이번 수출 허가는 광산을 다시 가동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존할 목적"으로 나왔다. 판매 수익금은 가동이 멈춘 광산의 유지보수와 환경 보존 비용으로 쓰인다. 파나마의 호세 라울 물 리노 대통령은 이달 초 "잠재적인 재가동 논의를 시작할 발판이 이제 마련됐다"고 밝혔으나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경고했다.

◇ 한숨 돌린 세계 제련업계…한국도 '촉각'


남은 재고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장기 구매 계약을 맺은 일본과 한국 기업들에도 보낼 계획이다. 특히 한국 역시 코브레 파나마 광산과 이해관계가 깊다.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이 광산 운영사 지분 10%를 보유한 주주이며, LS-니꼬동제련 역시 지분 매각 후에도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구리 정광을 공급받아왔기 때문이다. 광산 운영 중단이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퍼스트퀀텀은 이와 관련해 답변을 거절했다. 아우루비스 대변인 역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코브레 파나마 재고가 시장에 풀리면, 광산 폐쇄 뒤 구리 정광 부족을 겪던 세계 제련업체들이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구리 광석 공급의 척도인 제련 수수료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필리핀과 나미비아의 일부 제련소는 문을 닫았고 다른 제련소들도 생산량을 줄였다.

한때 세계 구리 생산량의 1.5%를 차지했던 코브레 파나마 광산의 갑작스러운 폐쇄는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광산 폐쇄는 수출 감소, 일자리 축소,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로 이어져 파나마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이 사건은 세계 제련 능력이 늘어나 구리 공급 불균형이 심화하던 시점에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 관계 개선 신호탄?…재가동까진 '산 넘어 산'


앞으로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재고 수출이 양쪽 관계 개선의 신호로 읽히지만, 광산을 완전히 다시 돌리려면 법적, 환경적, 정치적 변수를 넘어야 한다. 퍼스트퀀텀과 파나마 정부의 국제 중재 재판은 오는 2026년 2월에 열릴 예정이지만, 양쪽 모두 협상으로 문제를 풀기를 더 바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