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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국가 자부심 20년 만에 최저치 전락...민주당원 급락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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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국가 자부심 20년 만에 최저치 전락...민주당원 급락이 주도

58% 기록, 갤럽 조사서 공화당원과 56%포인트 격차, Z세대는 41%에 그쳐
미국 성조기가 미국 국회 의사당을 배경으로 내셔널 몰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성조기가 미국 국회 의사당을 배경으로 내셔널 몰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내 정치 양극화가 국가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인들의 국가 자부심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현지시각) 발표된 갤럽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58%만이 미국인인 것이 "매우" 또는 "극도로" 자랑스럽다고 답했는데, 이는 갤럽이 이런 질문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래 20년 만에 기록한 가장 낮은 수치다.

갤럽은 "21세기 초 미국 성인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미국인이라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지만, 지난 25년 동안 이러한 국가 단결은 정치와 세대 변화의 복합 작용으로 약해졌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당마다 격차가 벌어진 점이다. 민주당원의 36%가 자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나타낸 반면, 공화당원은 92%가 강한 자부심을 표명해 56%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갤럽은 "이는 2001년 국민 자부심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원들의 국가 자부심 하락이 전체 수치 하락을 이끌었다. 민주당원의 강한 자부심 비율은 전년보다 26%포인트 급락해 신저점을 기록했다. 갤럽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취임한 2017년에는 민주당원의 3분의 2 이상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답했으나, 이 수치는 202042%로 떨어진 후 계속 하락했다.
반면 공화당원들의 국가 자부심은 92%로 전년보다 7%포인트 올랐다. 갤럽은 "공화당원 10명 중 9명 미만이 자랑스러워했던 해는 2016년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였으며, 2020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당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였다"고 분석했다.

세대마다 격차도 뚜렷...Z세대 41%로 최저

세대마다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조사에서 Z세대(1996년 이후 출생자)41%만이 강한 국가 자부심을 표현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6년생) 58%, X세대(1965~1979생) 71%,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 75%, 침묵 세대(1928~1945년생) 83%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갤럽은 "각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미국인이라는 것이 극도로 또는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할 가능성이 낮다""밀레니얼 세대부터 침묵 세대에 이르는 모든 세대는 2001~2005년 이후 10%포인트 이상 떨어졌으며, 이러한 변화의 대부분은 2016년 이후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무소속 정치권자들도 53%가 큰 자부심을 표명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미군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하기 전인 지난달 2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전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을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 추출 오차 범위는 전체 결과에 대해 ±4%포인트다.

피터 로그 조지워싱턴대학교 미디어 및 공공문제대학 부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부정 당파성이 우리 정치의 특징"이라며 "'나는 민주당원이냐 공화당이냐, 상대방이 끔찍하니까'라는 식으로, 정당 강령에 동의하기보다는 다른 당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깎아내린다"고 지적했다.

갤럽은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약해지고 국가 방향에 대한 불만이 널리 퍼져 있으며 "양당의 좋지 않은 이미지,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동안 극심한 당파 원한이 있는 가운데 국가 자부심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그 부교수는 세대 간 분열에 대해 Z세대가 "우파로부터 민주당원은 반미이고 비애국이라고 말해왔고, 좌파로부터 공화당원들은 반미이고 파시즘이라고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날 폭스 뉴스가 발표한 여론조사는 갤럽 조사 결과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폭스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미국 유권자가 미국이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도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공화당원의 85%가 미국에 대한 자부심을 표명한 반면 민주당원은 36%가 자부심을 표명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